그토록 고생한 무명의 장인(匠人)은 이미 죽은 지 오래고, 아름다운 지지미만이 남았다. 여름에 서늘한 감촉을 주는, 시마무라 같은 이들의 사치스런 옷으로 변했다.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는 일이 시마무라에게는 문득 신기하게 여겨졌다. 온 마음을 바친 사람의 흔적은 그 어느 때고 미지의 장소에서 사람을 감동시키고야 마는 것일까? 시마무라는 강가 아래에서 거리로 나왔다.
- P136

다리 저편에 저물어가는 산은 이미 하얗다.
이 지방은 나뭇잎이 떨어지고 바람이 차가워질 무렵, 쌀쌀하고 찌푸린 날이 계속된다. 눈 내릴 징조이다. 멀고 가까운 높은 산들이 하얗게 변한다. 이를 산돌림이라 한다. 또 바다가 있는 곳은 바다가 울리고, 산 깊은 곳은 산이 울린다. 먼 천둥 같다. 이를 몸울림이라 한다. 산돌럼을 보고 몸울림을 들으면서 눈이 가까웠음을 안다. 옛 책에 그렇게 적혀 있었던 것을 시마무라는 떠올렸다.
- P137

어느 틈에 다가왔는지 고마코가 시마무라의 손을 잡았다. 시마무라는 돌아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줄곧 불을 지켜보는 고마코의 약간 상기된 진지한 얼굴에 불길의 호흡이 일렁거렸다. 시마무라의 가슴에 격한 감정이 복받쳐왔다. 고마코의 머리카락은 흐트러지고 목은 길게 빼고있었다. 거기로 저도 모르게 손을 가져갈 듯, 시마무라는 손가락 끝이 떨렸다. 시마무라의 손도 따스했으나 고마코의 손은 더 뜨거웠다. 왠지 시마무라는 이별할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 P149

정신없이 울부짖는 고마코에게 다가가려다. 시마무라는 고마코로부터 요코를 받아 안으려는 사내들에 떠밀려 휘청거렸다. 발에 힘을 주며 올려다본 순간, 쏴아 하고 은하수가 시마무라 안으로 흘러드는 듯했다.
- P152

눈 내리는 계절을 재촉하는 화로에 기대어 있자니, 시마무라는 이번에 돌아가면 이제 결코 이 온천에 다시 올 수 없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관 주인이 특별히 꺼내준 교토 산(産) 옛 쇠주전자에서 부드러운 솔바람 소리가 났다.
꽃이며 새가 은으로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솔바람 소리는 두 가지가 겹쳐, 가깝고 먼 것을 구별해 낼 수 있었다.
또한 멀리서 들리는 솔바람 소리 저편에서는 작은 방울 소리가 아련히 울려퍼지고 있는 것 같았다. 시마무라는 쇠주전자에 귀를 가까이 대고 방울 소리를 들었다. 방울이 울려대는 언저리 저 멀리, 방울 소리만큼 종종걸음치며 다가오는 고마코의 자그마한 발을 시마무라는 언뜻 보았다. 시마무라는 깜짝 놀라, 마침내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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