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도비스기 말의 세계가 다를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한 가지 요인은 해수면이다. 빙하의 물은 주로 바다에서 오므로, 얼음이 늘어날수록 해수면은 낮아진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 때에는 약 130미터가 낮아졌는데, 오르도비스기 말에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빙하가 확장될 때 그랬듯이 처음부터 해수면이 낮았다면, 서식 가능한 해저의 상실도 그리 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해수면이 높고 육지의 저지대 중 상당수가 얕은 바닷물에 잠겨 있었을 때 빙하가 대규모로 늘어난다면,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대륙을 덮고 있던 얕은 바다에서 물이 빠지면서 전 세계의 얕은 해저와 거기에 살던 생물들이 대규모로 사라질 것이다. 오르도비스기에 바로 그런일이 일어났다.
또 한 가지 요인은 지리다. 기후가 변할 때 이주 경로가 이용 가능하다면, 집단은 더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옮겨갈 수 있다. 260 만년 전에 빙하가 확장될 때, 북아메리카 동부의 식물 종들은 멕시코만주위로 옮겨감으로써 생존할 수 있었다. 반면에 유럽 북부의 식물들은 알프스산맥에 가로막혀서 상당수가 멸종했다. 얕은 바다에서는 이주 경로가 막힌 곳에서 가장 심하게 멸종이 일어났다. - P223

환경 교란의 속도도 규모 못지않게 중요했다. 환경 변화가 느릴때 생물 집단은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할 수 있지만, 빠를 때에는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후자일 때에는 이주하지 못하면 멸종하는 수밖에 없다. 대멸종은 지구 내에서 또는 태양계의 어딘가에서 일어나는메커니즘을 통해 추진되는 일시적이지만 심각한 환경 교란을 반영한다. 대멸종은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반면, 다양성을 복구하는 데에는더 오래 걸린다. 화석은 주요 멸종 사건 뒤에 회복되기까지 수십만년, 심지어 수백만 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 P225

탄소 순환의 물리적 측면을 보면, 이산화탄소는 화산 분출을 통해 대기로 추가되고, 화학적 풍화를 통해서 제거된다. 제거된 탄소는이윽고 석회암으로 쌓인다. 이 과정들이 조합되어서 대기의 이산화탄소 양을 결정한다. 그리고 이산화탄소는 강력한 온실가스이므로,
기후도 조절한다. 7장에서 설명했듯이, 2억 5,200만 년 전 페름기 말에 화산이 대규모로 분출하면서 대기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냈고, 그 결과 지구 온난화, 해양 산성화(바닷물의 pH를 낮춤으로써 생물에게 생리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바닷물의 산소 결핍이 일어났다. 이윽고 육지와 바다 양쪽에서 생물 다양성이 급감했다. 화산 활동의 여파로 지구가 더워지자, 화학적 풍화 속도가 증가했고, 수천 년이 흐르자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는 격변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갔다. - P253

화산은 탄소 순환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자연의 장치일 수 있는데, 인간은 그에 못지않게 강력한 새로운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바로화석 연료를 태우고 경작하기 위해 숲을 없애는 것이다. 수억 년에걸쳐서 형성된 석탄, 석유, 천연가스는 지금 엄청난 속도로 탄소를 대기로 돌려보내고 있다. 21세기에 인류는 전 세계의 모든 화산에서 뿜어지는 양을 더한 것보다 100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뿜어내고 있다. 인간은 기술 발전에 힘입어서 이산화탄소를 대기와 바다로 집어넣는 속도를 대폭 증가시켰지만, 제거 속도를 높이는 쪽으로는 (아직까지) 손을 놓고 있다. 그래서 우리 주변의 대기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한다.
지구가 더 더워질수록 이윽고 화학적 풍화 속도도 증가하면서,
페름기 말 대멸종 이후에 일어난 것처럼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는 다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그랬듯이, 그 일에는 수천 년이 걸릴 것이다. 우리 자신, 우리 아이들, 우리 손주들의 생애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일방적으로 계속 치솟을 뿐이다.
- P254

연구실과 현장에서 이루어진 수십 건의 실험들은 바닷물의 pH가 낮아질 때 산호가 탄산염을 분비하여 뼈대를 만드는 능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해양 산성화가 가속됨에 따라서, 산호는 산호초를 구축하고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석회암 뼈대를 만들능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그리고 수온이 상승함에 따라서, 또 다른문제가 정면으로 나선다. 산호는 기본적으로 농부다. 대개 몸속에 사는 조류로부터 영양소를 수확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온이 어떤 한계점을 넘어서면, 산호의 몸속에 있던 조류가 빠져나간다. 이를 백화 현상 bleaching 이라고 한다. 조류가 빠져나가면 산호가 하얗게 변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극단적인 수온 변화가 비교적 드물게 일어났기에, 백화한 산호는 대개 다른 조류를 받아들임으로써 회복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수온 증가로 백화 사건이 더욱 잦아지면서 산호가 죽음을 맞이하곤 한다.
- P263

우리는 40억 년에 걸친 물리적 및 생물학적 유산 위에 서 있다.
우리는 삼엽충이 고대 해저를 기어 다녔던 곳, 공룡이 은행나무가 빽빽했던 언덕을 쿵쿵거리며 다녔던 곳, 매머드가 얼어붙은 평원을 돌아다녔던 곳을 걷고 있다. 예전에는 그들의 세계였지만, 지금은 우리의 세계다. 물론 우리와 공룡의 차이는 우리가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물려받은 세계는 우리의 것임과동시에 우리의 책임져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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