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 일찍 왔구나. 난 머리를 매만지러 ……」 하고 고마코가 말을 걸었을 때였다. 휙 불어닥친 시커먼 돌풍에 휩쓸려 날아갈 것처럼 그녀도, 시마무라도 몸을 움츠렸다.
화물열차가 바로 곁을 스쳐갔다.
「누나~!」하고 부르는 소리가 요란한 울림 속에서 흘러나왔다. 검은 화물열차 문에서 소년이 모자를 흔들고 있었다.
「사이치로(佐一郎], 사이치로 —!」하고 요코가 불렀다.
눈 신호소에서 역장을 부른 그 목소리다. 들리지도 않는 먼 배에 탄 사람을 부르는 양, 슬프도록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화물열차가 지나가 버리자, 눈가리개를 벗은 듯이 선로 저편의 메밀꽃이 선명하게 보였다. 붉은 줄기 끝에 가지런히 꽃을 피워 참으로 고요했다.
뜻밖에 요코를 만났기 때문에 두 사람은 기차가 오는 것도 미처 눈치 채지 못했을 정도였는데, 그런 기분마저 화물열차가 말끔히 날려버리고 지나갔다.
그런 뒤에는 차량 소리보다 요코의 목소리의 여운이 남아 있는 듯했다. 순결한 애정의 메아리가 들려올 것 같았다.
요코는 기차를 배웅하며,
「동생이 타고 있으니 역으로 나가볼까」 「하지만 기차는 역에서 기다려주지 않을걸」 하고 고마코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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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요코가 이 집에 있다고 생각하니 시마무라는 고마코를 부르기가 왠지 꺼려졌다. 고마코의 애정은 그를 향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아름다운 헛수고인 양 생각하는 그 자신이 지닌 허무가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고마코의 살아가려는 생명력이 벌거벗은 맨살로 직접 와 닿았다. 그는 고마코가 가여웠고 동시에 자신도 애처로워졌다. 이러한 모습을 무심히 꿰뚫어 보는, 빛을 닮은 눈이 요코에게 있을 것 같아, 시마무라는 이 여자에게도 마음이 끌렸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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