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지 마시고 가르쳐주세요. 정말로 그 이야기들은 어디서 오는 거예요?"
하룬이 끈질기게 물으면, 라시드는 신비롭게 눈썹을 꿈틀거리며, 허공에서 마녀가 주술을 쓸 때와 같은 손가락 모양를 만들었습니다.
"드넓은 ‘이야기 바디‘에서 본단다. 따뜻한 이야기 물을 마시면, 보물처럼 오르는 이야기가 나를 가득 채우는 걸 느낄 수 있지."
이 말을 듣고 눈은 오히려 애가 탔습니다.
"그럼 아버지는 그 또한 물을 어디에 보관세요? 뜨거운 물병에 넣어두었을 텐데, 전 그런 것들 본 적이 없거든요."
"뜨거운 물은 ‘물의 정령‘들이 설치해놓은 눈에 보이지 많는 수도꼭지에서 나온다." 라시드는 웃지도 않고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그걸 마시려면 가입자로 계약해야 해"
"어떻게 하면 가입지가 될 수 있어요?"
"아, 그건 너무 복잡해서 설명할 수가 없구나." - P356
사실 독자로 산다는 것에 현실적 보상 같은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짧은 생물학적 생애를 넘어 영원히 존재하는 우주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 잠시나마 그 세계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독서의 가장 큰 보상일지도 모른다. 별들이 수백 수천 년 전에 보내온 빛이 이제야 우리의 망막에 와닿듯이 책 역시 까마득한 시공을 초월해 우리에게 도달하고 영향을 미친다. - P369
「보다」 안에 담긴 작업은 우리 사회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김영하 작가가 이해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느낀 변화라면, 예전보다 사회가 가진 희망의 총량이 많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이제는 희망을 품는 것은 고사하고 다들 자기가 지금 차지하고 있는 자리라도 지키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받았고요. 그리고 우리 사회가 문명보다는 야만을 향해 조금 더 움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자를 존중하고 사회적 계약을 준수하는 것이 문명이라면 그 반대쪽으로 많이 움직인 것 같다는 거죠.
- P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