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야슈리는 나를 한 가난한 동네로 데려갔다. 그곳에서는 한낮에도어두운 집 안을 태양광을 이용해 밝히는 실험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붕에 구멍을 뚫고 플라스틱병을 끼워 넣어 산란하는 빛으로 집 안을 밝히는 이른바 ‘채광daylighting‘ 방식이었는데 서구에서는 널리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조아슈리가 내 소감을 물었다. 나는 서구 NGO들이 판잣집 천장에 플라스틱병을 끼워 놓고는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으쓱거리는 게 모욕적으로 느껴진다고 답했다. 조야슈리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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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저에너지 실험에 대한 비판은 날로 커지고 있다. 2013년미국 정부는 탄자니아의 전기 보급을 위한 "파워 아프리카 Power Africa프로젝트를 지원했다. 그 일환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변형 축구공으로 드리블을 하고 헤딩을 했다. ‘사킷 Soccket‘이라는 그 축구공은 30분 정도가지고 놀면 내부의 충전기가 작동해 3시간 동안 LED 전구를 켤 수 있게 해 주는 물건이었다. 아프리카대륙의 모든 마을에 이 공이 깔린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오바마는 열광했다. 하지만 사킷의 가격은 99달러로 일반적인 콩고인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싼 물건이었다. 10달러만 내면 드리블을 할 필요 없고 성능이 훨씬 뛰어난 전등을 살 수 있다. 어떤면에서 보건 사켓 같은 저에너지 실험 제품은 아프리카의 산업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없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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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질문의 강도를 좀 더 높여 보았다. 왜 조야슈리는 현실을 알면서 에너지 도약이 가능한 것처럼 보고서에 적어 놓았을까? 조야슈리는 에너지 도약이라는 개념 자체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심지어 인도의 최빈곤층마저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불만을 토로했다.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자로서 그런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나는 되물었다.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을 상대로 에너지 실험을 하는 현실에 대한 말씀이신 거죠?"
"맞아요." 조야슈리가 말했다. "맞아요, 맞아요. 정말 맞아요. 맞아요." 조야슈리는 웃으며 답했지만 목소리 한편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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