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랑카는 모래사막 한가운데에 파묻힌 그 집에서 다른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꽃처럼 무기력하게 보냈다. 그녀는 다른 차원에서나 존재하는 듯한 낯선 인디오들에게 둘러싸여, 가끔 자질구레한 여러 문제들에 부딪힐 때마다 자기가 제정신인지 의문스러워하며 살았다. 블랑카에게는 현실의 윤곽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마치 강한 햇살에 색깔이 모두 바랜 듯, 그 강한 햇살에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들의 형체도 녹아내리고, 사람들도 모두 소리 없는 그림자로 변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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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외할아버지의 눈물을 보고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알바가 그 집안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것은 고통을 극복하는 극기 훈련을 받은 덕분이기도 했고, 또 외할머니가 가끔 죽음의 상황과 의식에 대해 그녀에게 설명해 준 덕분이기도 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죽을 때도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 한단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우리 마음안에 있는 것일 뿐, 현실과는 아무 상관도 없어. 죽음은 탄생과 같은 거야. 그냥 옮겨가는 것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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