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페드로 가르시아 노인이 밤마다 닭장 안으로 들어와 계란을 훔치고 병아리를 잡아먹는 여우에 맞서 의기 위해 암탉들이 힘을 모은 이야기를 블랑카와 페드로 테르세로에게 들려주었다. 암탉들은 더 이상 여우의 횡포를 참고만 있을 수 없다고 결론짓고는, 여우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여우가 닭장 안으로 들어오자 길을 차단한 후 여우를 포위하고는 덮쳐서 정신없이 쪼아대 여우를 반쯤 죽여 놓았다.
 "그러자 여우는 암탉들에게 쫓겨 고리를 내리고는 정신없이 도망쳤지."
노인이 이야기를 마쳤다.
그 이야기를 듣고 블랑카는 닭들은 원래 어리석고 약하지만 여우는 약삭빠르고 강하기 때문에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웃었다. 그렇지만 페드로 테르세로는 웃지 않았다. 페드로 테르세로는 오후 내내 여우와 암탉들의 얘기를 되새기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그 순간 페드로 테르세로는 어른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 P248

땅이 심하게 흔들려 클라라는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 바닥으로 쓰러졌다. 귀가 먹을정도로 엄청난 굉음과 함께 지붕 위의 기왓장들이 떨어져나가 클라라의 주변으로 비처럼 쏟아졌다. 도끼를 휘둘러댄 것처럼 생벽돌 벽이 그냥 무너져 내렸으며, 악몽에서본 것처럼 땅바닥이 쩍쩍 갈라졌다. 클라라 앞쪽으로 엄청난 틈새가 벌어지면서 닭장이며 빨래터, 마구간의 일부가 휘말려 들어갔다. 물탱크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다가 땅바닥으로 넘어져 터지는 바람에 천 리터나 되는 물이 간신히 살아남은 닭들 위로 쏟아져, 닭들은 필사적으로 날개를퍼덕거려야 했다. 멀리서 화산이 성난 용처럼 불과 연기를 시뻘겋게 뿜어내기 시작했다. 개들은 쇠사슬에서 풀려 나와 미친 듯이 뛰어다녔으며, 무너진 마구간에서 용케 살아남은 말들은 공포로 허공을 박차며 히이잉거리며 울다가 광활한 들판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포플러나무는 술 취한 사람처럼 흐느적거렸으며, 뿌리째 뽑혀 나가면서 참새둥지를 짓이겨 버린 나무도 있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땅 속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절규하는 듯한 소리였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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