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클라라는 엄마와 여성 참정권론자 친구들 두세 명이 공장을 방문하러 갈 때 그들을 따라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이 궤짝 위에 올라가 여직공들에게 연설하는동안 공장장과 공장주들은 멀찌감치 적당한 거리를 두고떨어져 적개심 어린 표정으로 그들을 비웃으며 지켜보았다. 클라라는 나이도 어리고 세상 물정에도 어두웠지만 그상황이 얼마나 부조리한지는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클라라는 모피 코트에 스웨이드 부츠를 신고 억압과 평등, 권리에 대해 설교하는 엄마와 엄마 친구들과 투박한 면 앞치마를 두르고 손은 동상에 걸려 시뻘겋게 된, 중노동에 시달리는 여직공들의 서글프고 체념한 듯한 표정이 그렇게 대조적일 수 없다고 자기 노트에다가 적었다. 여성 참정권을 주장하는 귀부인들은 차와 파스텔을 들면서 여권 운동에대해 얘기하기 위해 공장에서 곧바로 아르마스 광장에 있는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들이 이런 식으로 경박하게기분 전환을 한다고 해서 불타오르는 그들의 이상이 줄어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 P147
클라라는 자기가 만들어낸 세계 속에서 혹독한 삶의 풍상을 겪지 않도록 보호받으며 살았다. 클라라의 세계에서는 물질적인 물체들의 멋대가리 없는 실체가 꿈의 요란스러운 진실과 뒤섞였으며, 그곳에서는 물리학이나 논리학의 법칙들이 늘 적용되지 않았다. 그 시절, 클라라는 공기의 정령과 물의 정령, 대지의 정령들과 함께 환상 속에 푹빠져 살았다. 클라라는 너무 행복해서 구 년 동안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클라라의 목소리를 다시 듣기는 틀렸다고 마음을 비웠을 때, 클라라는 생일날 초콜릿 케이크에 꽃힌 열아홉 개의 촛불을 불어서 끄고 난 후 입을 열었다. 오랜 세월 갇혀 있던 터라 마치 조율되지않은 악기와 같은 투박한 소리가 났다.
"난 곧 결혼할 거예요...
클라라가 말했다.
"누구?
아빠가 물었다.
"로사 언니의 약혼자랑요."
클라라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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