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밤이었다. 어쩌면 내 평생 가장 긴 밤이었을지도모른다. 그날 밤 나는 로사의 무덤 곁에 앉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의 저승길을 함께했다. 그때가 이승에서 발을 떼기가 가장 힘든 순간으로, 적어도 누군가의 가슴에 뭔가를 심어놓았다는 위안을 갖고 꺼날 수 있도록 남아 있는 사람들의 애덩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했을 것이다. - P71

그리고 박사의 옆에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청년이있었다. 얼굴이 달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으며, 셔츠는 피로 얼룩져 있었고, 두 눈은 사랑에 취해 있었다. 큰언니의 하얗디하얀 다리와 맨발이 보였다. 클라라는 온몸이 떨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쿠에바스 박사가 옆으로 비키면서 로사가 대리석 식탁 위에 누워 있는 그 무시무시한광경을 모두 목격하게 되었다. 로사의 내장들이 옆에 있는샐러드 볼에 담겨 있었으며, 몸은 운하처럼 반으로 깊이 갈라져 있었다. 로사의 머리는 클라라가 엿보고 있는 창문쪽으로 돌려져 있었고, 긴 초록색 머리카락은 식탁에서 피로 얼룩진 타일 바닥 위로 양치식물처럼 길게 늘어져 있었다. 두 눈은 감겨 있었다. 그렇지만 어린 클라라는 너울거리는 그림자들과 거리가 떨어져 있던 탓인지 아니면 단순한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언니의 얼굴에서 치욕스러워하며 애원하는 듯한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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