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밀려나가고 있다. 바닷가 부근의 물은 잔잔하고 쇳덩이 빛깔이지만, 롱웨이 록을 지나는 지점부터는 물살이 변덕스러워지기 시작한다. 하얀 물마루마저 보인다. 작은 만에서 바닷가재 부표가 살며시 까딱까딱 움직이고, 갈매기가 마리나 부근의 선창에서 배회한다. 하늘은 아직 푸르지만 북동쪽으로는 막 일어나고 있는 구름 띠와 수평선이 나란하고, 저쪽 다이아몬드섬의 소나무들은 꼭대기가 휘어져 있다.
- P311

 헨리는 이렇게 말하겠지. "오. 그렇지 않아, 올리. 내겐 당신이 예쁘기만 한걸." 그러나 헨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어떤 날은 휠체어에 앉아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올리브는 매일 차를 몰고 가서 그의 곁을 지킨다. 당신은 성녀야, 몰리 콜린스는 그렇게 말했다. 맙소사, 멍청한 여자 같으니, 그녀는 삶이 두려운 늙은 여자일 뿐이다. 요즘 올리브가 아는 거라곤 해가 떨어지면 잘 시간이라는 사실뿐이다. 사람들은 그럭저럭 살아낸다는 그 말. 올리브는 확신하지 못한다. 거기에도 여전히 파도는 있지, 올리브는 생각한다.
- P314

올리브는 아래층으로, 하얀 시하실로 내려갔다. 작은 벽장 같은 욕실로 들어서면서 올리브는 전등 스위치를 올렸다. 그리고 흰색 면 블라우스에 끈적이는 짙은 색 버터스카치 소스가 기다.
랗게 띠를 이루고 있는 걸 보았다. 별인간 심기가 다소 불편해졌다. 아이들은 이걸 보고도 그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올리브는 오라 숙모와 똑같은 늙은 할망구가 되어 있었다.
오래전에 헨리가 그 할망구를 차에 대워 나간 적이 있었다. 그녀는 가끔 저녁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들르곤 했고, 올리브는 오라 숙모가 녹은 아이스크림을 앞자락에 흘리는 걸 지켜보았다.
그 광경에 욕지기가 치밀었다. 오라 숙모가 죽었을 때, 올리브는그 딱한 꼴을 보지 않아도 되어 기뻤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오라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오라숙모가 아니었고, 아들은 자기가 흘렸을 때 이 점을 곧바로 지적했어야 했다. 이들이 뭔가를 앞자락에 흘렸다면 올리브가 응당 지적했을 것처럼, 아들 내외는 자신을 데리고 다녀야 하는 어린아이로 여겼던걸까? - P407

그렇기에, 지금 그녀 곁에 앉은 이 남자가 예전 같으면 올리브가 태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한들, 무슨 상관이라. 그도 필시 그녀를 택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지금 둘은 이렇게 만났다. 올리브는 꼭 눌러 붙여놓은 스위스 치즈 두 조각을, 이 결합이 지닌 숭숭 난 구멍들을 그려보았다. 삶이 어떤 조각들을 가져갔는지를. 그녀는 눈을 감았다. 지친 그녀는 파도를 느꼈다. 감사의 그리고 회한의 파도를 그리고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햇살 좋은 이 방을, 햇살이 어루만진 벽을, 바깥의 베이베리를, 그것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 세상이. 그러나 올리브는 아직 세상을 등지고 싶지 않았다. - P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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