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박사가 다네이를 석방시키려고, 아니, 최소한 재판은 받게 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에게 당시 여론은 너무 강경했고, 급격하게 변했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었다. 국왕은 재판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자유와 평등, 박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라는 공화국은 세상을 상대로 승리, 아니면 죽음이라는 전쟁을 선포했다. 노트르담의 높은탑에는 밤낮으로 검은 깃발이 나부꼈고 삼십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 프랑스 곳곳에서 지상의 압제자에 대항해 총궐기를 했다.
마치 용의 이빨을 널리 뿌려놓은 듯 언덕과 평원, 바위와 자갈,
충적토에서, 남쪽의 환한 하늘 아래, 북부의 구름 아래, 가을과겨울 할 것 없이, 포도밭과 올리브 과수원에서, 짧게 깎은 풀과 옥수수 그루터기에서, 넓은 강의 비옥한 강둑, 해안의 모래밭에서도 똑같이 열매를 맺은 듯했다. 그런데 어찌 사사로운 근심으로 인민 공화국 원년의 범람하는 물결을 거스르려 하겠는가. 그것도 하늘의 창문도 닫힌 상태에서,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홍수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대홍수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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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갑자기 다시 멈추더니 잠시 후 이번에는 새로운 춤을 추었다. 먼저 도로 너비만큼 줄지어 선 다음 고개를 숙이고 두팔을 머리 위로 올린 채 비명을 지르며 덮칠 듯 달렸다. 어떤 싸움도 이 춤의 절반만큼도 오싹하지 않으리라. 이것은 단연코 한때는 순진무구했으나 이제는 완전히 악마적으로 되어버린, 타락한 놀이였다. 원래 건전한 오락거리였지만 피를 끓게 하고 감각을 혼란스럽게 하며 강심장을 만들어주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원래 선했던 것이 어떻게 뒤틀리고 추해졌는지 보여 주었을뿐 아니라 고상해 보였던 것일수록 더욱 추해 보일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젊은 하녀는 가슴을 풀어 헤쳤고, 예쁜 처녀의 머리는 헝클어졌으며, 피와 진흙탕 속에서 움직이는 섬세한 발동작은 박자가 맞지 않았다.
카르마놀이라는 춤이었다. - P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