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입김을 뽑으며 구경하는 이 청년에 대한 관심은 고결한 인간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덜 끔찍한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에게 일어날 끔찍한 일이 하나라도 빠진다면, 그만큼 그에 대한 매력도 줄어들 것이다. 잔인하게 토막날 운명에 서한 몸뚱이는 좋은 구경거리였다. 도살되고 갈기갈기 찢길 운명에 처한 유한한 존재에 사람들의 김각이 굴복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아무리 다양한 기술과 능숙한 자기 합리화로 그럴싸하게 포상하더라도 그 근원에 있는 저열한 호기심은 실로 ‘악마적‘인 것이었다.
- P93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요. 이런 기분은 당사자만 알 수 있거든요. 남한테 전달하기가 쉽지 않죠. 저는 가끔 저녁이면 여기에 혼자 앉아서 바깥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어떨 때는 저 메아리가 우리의 삶을 짓밟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발소리로 들려요."
"그렇게 되면 언젠가 수많은 사람이 우리 인생으로 들어오겠군요."카턴이 우울하게 말했다. 발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서둘러 걷는 소리는 점점 더 빨라졌다. 모퉁이는 끝없이 이어지는 발소리로 울리고 또 울렸다. 어떤 발소리는 유리창 아래에서 울리는 것같고, 어떤 발소리는 방 안에서 울리는 것 같고, 어떤 발소리는오고, 어떤 발소리는 가고, 어떤 발소리는 잠시 멈추고, 어떤 발소리는 완전히 멈췄다. 모두가 멀리에서 들려오는 듯했으며 눈에 보이지는 않았다.
"이 발소리가 모두 우리를 향해 오는 건가요, 마네트 양? 아니면 우리 사이를 뚫고 지나갈까요?"
"나도 몰라요. 다네이 씨, 그러게 제가 바보 같은 몽상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도 물어보시는군요. 혼자 있을 때 이런 몽상에 빠져 있다 보면 사람들의 발이 제 삶, 그리고 아버지 삶으로 들어오는 상상을 하게 돼요."
"그들이 내 쪽으로 오게 해드리죠!‘ 카턴이 말했다.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거든요. 자, 마네트 양, 어마어마한 군중이 우리에게 몰려오고 있군요. 번개가 번쩍하니 그들이 보입니다!"
- P1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