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비스켓 깡통이라 생각하면 돼."
나는 몇 번 고개를 젓고 미도리 얼굴을 보았다. "내 머리가 나쁘기 때문일 테지만, 때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어."
"비스킷 깡통에는 여러 종류 비스킷이 있는데 좋아하는것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먹어 치우면 나중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는 거야. 나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늘 그런 생각을 해, 지금이걸 해 두면 나중에는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깡통이라고." - P488

그런 식으로 그녀의 이미지가 파도처럼 끝도 없이 밀려와 내 몸을 기묘한 장소로 밀어 갔다. 그 기묘한 장소에서 나는 죽은 자와 함께 살았다. 거기에서는 나오코가 살아서 나와 말을 나누기도 하고 끌어안기도 했다. 그 장소에서는 죽음이 삶을 정리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었다. 거기에서는 죽음이란 삶을 구성하는 많은 요인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나오코는 죽음을 머금은 채 거기에서 살아갔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괜찮이, 와타나베, 그건 그냥 죽음이야, 마음에 두지 마." 하고. - P528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나는 수화기를 든 채 고개를 들고 공중전화 부스 주변을 획 둘러보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러나 거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지?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어디인지 모를 곳을 향해 그저 걸어가는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뿐이었다. 나는 어느 곳도아닌 장소의 한가운데에서 애타게 미도리를 불렀다.
- P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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