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비록 내가 앞으로 덧붙여 이야기하는 것이 거기에 포함되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내가 말하는 그 모든 것의 공로는 바로 조에게 있기 때문이다. 내가 도망쳐 군인이나 선원이 되지않았던 것은 내가 충실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조가 나를 충실하게 대해 줬기 때문이다. 또 전혀 마음이 내키지 않았어도 내가 그런대로 열심히 일을 했던 것은 나에게 강한 근면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조가 보여 준 강한 근면성 때문이었다. 온화하고 심성이 정직하며,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어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미치는지를 아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그 사람의 영향력이 바로 내 곁을 지나칠때 나 자신이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가를 아는 것은 아주 가능한 일이다. 내 도제 생활과 관련하여 뭔가 좋게 여길 만한 점이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순박하고 만족하며 사는 조에게서 비롯된 것이지, 갈망과 불만에 가득 차서 들떠 있기만 했던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분명히 잘 알고있다.
- P199

"비디." 그녀에게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게 한 후 나는 말했다. "나는 신사가 되고 싶어."
"어머나, 내가 너라면 그러지 않을 텐데!" 비디는 대답했다.
"나는 그게 유익한 일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비디." 나는 약간 엄하게 말했다. "나한테는 신사가 되고 싶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
"글쎄 네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겠지, 핍, 하지만 넌 지금 이대로가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비디." 나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나는 지금 이대로 조금도 행복하지 않아. 나는 내 직업과 내 생활이 혐오스러워.
도제 계약을 맺은 이래 나는 그 어느 것도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어. 터무니없는 소리 하지 마."
"내가 터무니없는 소릴 했니?" 비디는 놀란 듯이 눈을 치켜뜨며 조용히 말했다. "그랬다면 미안하구나.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 난 그저 네가 잘해 가고, 또 편안하게 살기만을 바랄 뿐이야"
"글쎄, 그렇다면, 자 이젠 분명히 알아 둬,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것과 아주 다른 종류의 삶을 살지 못하는 한, 나는 결코 편안하게 살지 못할 것이고 또 그럴 수도 없을 것이라는 걸 말이야. 알았니, 비디! 나에겐 오직 비참한 삶밖에 없을 거야."
"그건 참 가슴 아픈 일이구나!" 비디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슬픈 듯이 말했다.
나 역시 그동안 너무나 자주 그것을 가슴 아프게 여겨 왔기때문에, 그 순간 비디가 나 자신의 감정과 똑같은 그녀의 느낌을 그렇게 말로 표현했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나 자신과 늘 벌이고 있던 일종의 ‘나 홀로 싸움‘의 상태에서, 거의 그만 분노와 고뇌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나는 그녀 말이 맞다고 그녀에게 말했으며, 나 스스로도 그것이 몹시 안타까운 일이라는 것을 잘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어쩔 수 없었다.
- P236

열린 창문 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있는 나에게 조의 파이프에서 올라온 연기가 동그랗게 소용돌이를 그리며 떠 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조가 보내는 축복 - 나에게 억지로 들이밀거나 내 앞에서 자랑스레 떠벌려 대는 것이 아닌, 우리가 함께 숨 쉬는 공기에 스며 있는 것과 같은 그런 축복인 것처럼 상상해 보았다. 나는 촛불을 끄고 침대로 기어 들어갔다. 침대는 이제 불편하게 느껴졌고, 다시는 거기서 예전처럼 달고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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