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휘를 써야 내 의도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까."

우리가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갈등하고 고민하는 부분이다. 여기에는 평소에 지각하지 못한 전제 조건이 깔려있다. 어휘의 정의가 고정돼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어휘를가지고 사람마다 내리는 정의가 제각각이라면 바벨탑이 무너진 직후에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느라 소통이 막힌 바빌론처럼 극심한 혼란에 빠질 테니 마땅해 보인다. 그러나한번쯤 그 당연한 삼식을 뒤집어 이런 의문을 가질 만하다.

"고정된 어휘에서 새로운 생각이 나올 수 있을까?"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거트루드 스타인은 자신의집에서 관찰한 물건, 음식, 방 등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부드러운 단추들(Tender Buttons)에 썼다. 이것은 무엇에 대한 정의일까.

내부에서는 잠들고 있고
외부에서는 붉어지고 있다.
 
바로 구운 쇠고기‘ 이다. 모든 수수께끼가 그렇듯 답을알고 나면 쉽다. 그런데 과연 ‘구운 쇠고기‘ 이기만 할까? 혹시 갓밝이의 ‘방‘ 같지 않은가? - P265

한편으로 아름다움은 낡고 닮은 어휘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아름다운 일을 하고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아름다운 집에서 아름다운 인생을 살며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는 것, 많은 사람의 꿈이 아닐는지, 꿈과는 별개로 누가 그런 식으로 문장을 쓰면 나는 꼭 빵점을 줄 것이다.
‘아름답다‘는 어휘는 햇살 좋은 오후, 해변을 거닐다 발견한 입 꾹 다문 하얀 조가비 같다.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부귀했는지, 헌신적이었는지, 출중했는지, 행복하고 즐거웠는지, 보람 있었는지, 뭐가 어땠는지 구체적인 정보가 하나도 들어 있지 않다.  - P274

‘아름다움‘은 오랫동안 예술가에게 경외의 대상이자 다다라야 할 목표, 행위를 하는 목적, 삶의 이유, 그리고 라이벌이었다. 오랫동안 궁금했다. 이름다움은 어디에서 생겨날까 하고………. ‘너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라는 시구는 이름다움이 어디에서 생겨나는지 아름다운 것을 볼 때 왜 우리176가 먹먹한 감동을 느끼는지에 대해 들려준다.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허락된 시간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기 때문에, 죽을 것이기 때문에.
아름다움은 세상의 온갖 소란 속에 잊고 지낸 진실을 찰나의 빛처럼 일깨워준다. 자칫 허무나 비관으로 빠질 수있는 ‘생의 유한성‘을 지혜롭게 견딜 힘을 준다. 아름다움은 이처럼 생의 유한성으로부터 생겨난다. 그러니 아름다움은 희귀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태어난 것은 모두 죽으니 그죽음의 개수만큼 흔하디흔해야 한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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