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냥은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는지요. 당신은 호모 사피엔스처럼 던지거나 쏘는 무기가 없었습니다. 가장 발달한 무기는 바로 르발루아 기술로 만든 돌촉을 단창이었어요. 창이라지만 길이가 별로 길지 않아서 당신은 덩치가 커다란 짐승들과 거의 육탄전을 벌여야 했답니다. 실제로 학자들이 화석으로 나온 네안데르탈인의 뼈를 연구해 보니, 몸이 투우나 로데오(카우보이 말타기 경기)를 한 것처럼 큰충격을 받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러니 사냥이란 보통 일이아니었고, 한번 하려면 굉장한 신체적 위험을 감수해야 했지요.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다행히 당신은 집단생활을 하고, 사냥도 함께했기 때문에 동물과 1대 1로 싸울 필요는 없었어요. 동물은 지나가다 우연히 만나는 것을 주로 사냥했지요.. 하지만 가끔은 대규모인원이 계획을 세워서 사냥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럿이서 소떼를 우르르 몰아서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이는 식으로 ‘작전‘ 이라는 것을 세워서 사냥하기도 했죠. - P287
당신의 문화는 수십만 년 동안 정체됐고 그 동안 기술적인 발전이라고 할 만한 것이 전혀 없었어요. 호모 사피엔스가 20만 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구석기를 만들다가 우주까지 날아간 것과 비교하면 정말 변화가 느리지요. 당신의기술은 호모 사피엔스가 가지고 들어온 새로운 구석기 문화를 일부 배우면서 조금 변했지만, 그건 거의 마지막 순간에야 일어난 일이지요. 이렇게 문화나 기술이 정체된 것을 언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학자들이 많아요. 언어는 지적 교류를 가능하게하는 수단이에요. 그런데 언어가 없으면 교류는 확실히 줄어들고 문화나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그럼 당신은 말을 아예 하지 못했던 걸까요? 그건 아니에요. - P289
표현이 조금 이상합니다만, 사실이에요. 호모 사피엔스 이외의 다른 인류에게는 ‘할머니‘라는 존재가 매우 드물었거든요. 수명이 그리 길지도 못했고, 활동력과 생식력이 뛰어나지 않은 나이 많은 여성이 살아남기에 그리 호의적인 환경도아니었으니까요. 당신네 네안데르탈인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할머니의 존재는 진화의 큰 수수께끼 였습니다. 여러 설명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가임 기간이 끝난 여성이 직접자손을 낳지 못하게 되자 손자를 돌봐서 종족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준다‘는 인류학 가설입니다. 일명 ‘할머니 가설‘이지요. 이 이론은 여성이 다른 동물의 암컷과 달리 폐경기 이후에도 오래 사는 이유를 설명해 준답니다. 그런데 이상희 교수와 라파엘 카스파리 미시건대 교수가 2004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수명이 짧아서 30세 이상의 인구(평균 수명이 35살이니 30세면 할머니예요.)가 이보다젊은 층의 39%에 불과했다고 해요. 할머니가 드물었다는 뜻이지요. 반면 3만~1만 8000년 전 살던 호모 사피엔스는 30세 이상 인구가 젊은 층보다 두 배 이상(208) 됐습니다. 할머니가 그만큼 흔했다는 뜻이에요. 현생인류와 그 이전 인류는 할머니가 있는 인류와 없는 인류로 나뉜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 P293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불경한 상상을 합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호모 사피엔스와 만난 순간입니다. 멀리 검은 피부를한 사람들이 보입니다. 말로만 듣던 호모 사피엔스가 드디어 당신의 마지막 피난처인 이베리아 반도 끝까지 찾아왔습니다. 바느질을 해서 만든 정교하고 따뜻해 보이는 옷을 입고, 당신은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무기인 쓰는 무기(활)와 길고 긴 창을 둘러매고 있습니다. 목에는 색칠한 조개 껍질을달고 있군요. 네안데르탈인이 색을 칠하거나 무늬를 만드는일이 있는지, 장례에 꽃을 장식하는 일이 있는지, 그러니까상징을 이해하는지에 대해서는 최근 동조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예술가이기도 한 호모 사피엔스와 당신은 이런 점에서도 비슷한 걸까요. 자, 당신과 호모 사피엔스가 이제 서로를 의식하며 바라볼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 P297
그 모든 의문의 정점에는 현생인류와의 혼혈 여부가있었다. 서로 다른 종 사이에는 대를 이을 수 있는 자손이 태어날 수 없다는 게 생물학에서의 느슨한 합의다. 하지만 자연에서 예외 사례가 많이 발견되기에 둘이 피가 섞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이미 멸종한 생물을 그저 뼈의 형태만으로 구분하는 고생물학과 고인류학에서는 종을 구분할 때 불확설성이 더 크다. 이 말은 둘 사이의 혼혈이 "네안데르탈인을 인류와 다른 종‘으로 구분하는 게 온당하냐"는 철학적인 질문까지 제기하는 큰 화두였다는 뜻이다. - P303
내용이었다. 네안데르탈인의 게놈과 현생 아프리카인, 아시아인, 유럽 백인 등의 게놈 시료를 서로 비교했는데, 유럽인에게서 가장 많은 공통 유전자가 나왔고 아프리카인에게서는 나오지 않았다. 연구팀은 유전자가 섞인(즉 혼혈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시기도 추정했는데, 아프리카에서태어난 현생인류가 북쪽으로 이동한 뒤 유라시아로 퍼지기 직전에 이뤄졌을 것으로 봤다. ••••••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사이에 피가 섞였다는 사실 자체였다. 이것은 특히 유럽 지역에서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상희 미국UC 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는 "유럽인에게 ‘너는 네안데르탈인이야‘라는 말은 ‘너는 야만인이야‘라는 말과 같은뜻일 정도로 네안데르탈인은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대상이었다"며 "하지만 그런 인류가 사실상 조상이라는 데에 많은 유럽인들은 곤혹스러워했다"고 말했다. - P305
에필로그 새벽을 잃은 인간에게
나무 하나하나가 하나의 개체이고, 잔돌들은 각기 제자리에 있는 소도구이다. 외진 곳의 평평한 바닥에는 빛으로 만든 창들이 꽂혀 있다. 자리만 있으면 풀이 자란다. 벌레들이 햇빛 얼룩마다 윙윙거린다. 어디에선가 딱따구리가 내는 작업장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시간에는 창조가 동물들의 몫이고, 사람들은 다 최초의 인간, 혹은 최후의 인간처럼 땅 위에 있다. - 율리 체, 「형사 실프와 평행우주의 인생들」 중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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