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헨리가 나가면서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났고, 진 루이즈는 바닥에 놓인 서류들을 치우러 아버지가 앉아 있던 의자 옆으로 갔다. 서류들을 부분별로 차곡차곡 정리해 소파에 가져다 놓았다. 그런 다음 램프 탁자 위에 쌓인 책들을 정돈하려고 다시 반대쪽으로 가 치우는데 상업용편지 봉투만 한 소책자가 눈에 띄었다. 소책자 표지에 식인종 니그로 그림이 있었다. 그림 위에는 흑사병이라는 글자가 써 있었다. 저자 이름에는여러 학위가 따라붙었다. 진 루이즈는 소책자를 펴 들고아버지 의자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난 뒤 죽은쥐의 꼬리를 잡듯 소책자의 한 귀둥이를 잡아 들고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고모 앞에 그것을 디밀었다. 「이게 뭐예요?」 그녀가 말했다. 알렉산드라가 안경 위로 눈을 치켜떴다. 「네 아버지거야.」진 루이즈는 쓰레기통 페달을 밟아 뚜껑을 열고 소책자를 버렸다. 「그러지 마. 알렉산드라가 말했다. 요즘 그거 구하기어려운데.. 진 루이즈는 입을 열었다 다물었다 다시 열었다. 「고모, 저거 읽어 봤어요? 무슨 내용인지 알아요? 「아무렴.」알렉산드라가 그녀의 면전에 음란한 말을 뱉었더라도 진 루이즈는 그보다는 덜 놀랐을 것이다. - P145
입에서 오물을 토해 내는 사람과 아버지가 한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참석했다고 오물이 조금이라도 깨끗해지나? 아니다. 그것은 용납을 의미했다. 속이 메스꺼웠다. 위장이 멈추고, 몸이 떨려 왔다. 행크, 몸속의 온 신경이 비명을 지르며 죽었다. 그녀는 감각을 잃고 멍했다. 기운을 되찾아 서툰 동작으로 일어나 비틀거리며 그곳을 벗어나 지붕 덮인 계단을 내려갔다. 넓은 계단에신발을 끄는 소리도, 청사의 시계가 2시 30분을 힘겹게알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1층의 눅눅한 공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꿰찌르는 듯한 눈부신 태양이 고통스러워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눈이 빛에 적응되어 천천히 손을 내리고 보니, 찌는 듯 더운 오후, 아지랑이가 가물거리는 메이콤에는 인적이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 참나무 아래 그늘로 갔다. 나무에 등을 기대고 양팔을 밖으로 늘어뜨렸다. 그녀는 메이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목이 메었다. 메이콤이 그녀를 돌아다보았다. 꺼져, 하고 그 오래된 건물들이 말했다. - P158
그는 성경책을 펴며 말했다. 오늘의 말씀은 이사야서 21장 6절입니다. 주께서 내게 이르시되 가서 파수꾼을 세우고 그가 보는 것을 보고하게 하되. 진 루이즈는 스톤 목사가 말하는 그 파수꾼이 본 게 무엇인지 들어 보려고 진심에서 우러난 노력을 기울였다. - P136
그저 최선을 다해 자식들을 키웠을 뿐이며, 자식들이 아버지에게서 느낀 애정으로 미루어 볼 때 그의 최선은 실로 훌륭했다. 애티커스는 공 뺏기 놀이를 못 할 정도로 피곤한 법이 없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지어내지 못할 정도로 바쁜 법도 없었다. 넋두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지 못할 정도로 자신만의 문제에 열중하지도 않았다. 그는 매일 밤 목소리가 갈라질 정도로 자식들에게 책을 읽어 주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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