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피가 내 개라고 믿었지만,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푸피는 그냥 한 마리의 개였다. 나는 소년이었고, 우리는 잘 어울렸다. 푸피는 그저 우연히 우리 집에 살게 됐을 뿐이었다. 그 경험은 이후 내삶의 인간관계에 대한 태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해서 그를 소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비록 아주 어린 나이였지만 운좋게도 그런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내 주변에는 배신감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들은 내게 와서 화내고 울며 얘기한다. 자신이 어떻게 기만당했고 어떤 거짓말을 들었는지를, 그럼 나는 함께 안타까워한다. 나는 그들이 어떤 마음인지 안다. 함께 앉아 음료를 한잔 사주면서 말한다. "친구야, 너에게 푸피 이야기를 해 줄게."
- P151

우리는 바로 과거 헤어졌던 시절로 돌아갔다. 아빠는 나를 열세살 소년이었을 때와 똑같이 대했다. 습관의 힘이 아빠를 그때로 돌려놓았다. "맞아! 우리 어디까지 했더라? 자, 네가 좋아하는 것들 다 모아놨다. 감자 뢰스티, 스프라이트 한 병, 그리고 캐러멜 얹은 커스터드까지." 다행히 열세 살 이후로 입맛에 발전이 없었던 나는 맛있게 먹었다.
내가 식사를 하는 동안 아빠는 대형 앨범을 가져와서 식탁 위에펼쳐 보였다. "난 늘 너를 지켜봐 왔지." 거기엔 내가 해 온 모든 것들이 스크랩되어 있었다. 내 이름이 언급된 신문 기사들, 클럽 출연진을 다룬 잡지 기사들, 커리어의 시작부터 바로 이번 주까지 내 모든 행적이담겨 있었다. 아빠는 나와 함께 앨범을 넘기는 동안 헤드라인을 보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트레버 노아가 금주 토요일에 블루스룸에 출연. 새 텔레비전 쇼의 진행자로 트레버 노아 낙점.‘
온갖 감정이 홍수처럼 밀려드는 걸 느꼈다. 울음을 터뜨리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지난 10년간의 잃어버렸던 시간이 순식간에 메워지는 듯했다. 아빠를 마지막으로 본 게 마치 어제 일 같았다.
오랫동안 나는 너무 많은 의문들 속에서 살아왔다. 아빠가 내 생각을 할까? 내가 뭘 하는지 아빠는 알고 있을까? 나를 자랑스러워할까? 하지만 그는 내내 나와 함께 있었다. 그는 늘 나를 자랑스러워해왔다. 비록 상황이 우리를 갈라놓았지만, 아빠는 한순간도 내 아빠가 아닌 적이 없었다.
그날 아빠 집에서 나온 나는 한 뼘 자라 있었다. 그를 만나니 아빠가 나를 선택한 거라는 확신이 더 강해졌다. 아빠는 자신의 인생에 나를 들이기로 선택했던 거였다. 아빠는 내 편지에 답장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그의 바람이었다. 누군가에게 선택받는다는 건 인간이 다른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선물이다.
- P165

내가 자라면서 만나게 된 유색인들로부터 느꼈던 적대감은 내게 닥친 일들 중 가장 다루기 어려웠다. 그로 인해 나는 외부자가 내부자로 사는 것이 사실은 내부자인데 외부자로 사는 것보다 쉽다는 걸 배웠다. 백인이 힙합 문화에 빠져 흑인들하고만 어울리기로 결심한다면흑인들은 그에게 "멋진데, 백인 청년, 원하는 대로 해 보라고 하고 말해 줄 것이다. 흑인이 자신의 피부색에도 불구하고 백인들 사이에서살며 골프를 치려고 한다면 백인들은 "괜찮아. 나는 얼뜨기를 좋아해.
그는 안전한 사람이야"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흑인이 백인 문화에 따르면서도 여전히 흑인들 사이에서 산다면? 백인이 흑인 문화를 과시하면서도 여전히 백인들 사이에서 산다면? 헤아릴 수 조차 없는 증오와 조롱과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세계에 동화되고자하는 외부자는 기꺼이 받아들이려 한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동류로 보이는 사람이 자신과 같은 부류임을 부정한다면, 그런 사람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이것이 에덴 파크에서 내가 겪었던 현상이었다.

정말 우스꽝스러운 일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는것이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하에서는 매년 일부 유색인들이 백인으로 승격되곤 했다. 그건 그냥 신화가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사람들은 정부에 신청서를 낼 수 있었다. 머리카락이 충분히 곧고, 피부가 충분히 하고, 억양이 충분히 세련됐다면, 백인으로 재분류될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오직 자신의 민족을 비난하고, 자신의 역사를 배격하고, 자신보다 피부색이 더 어두운 친구들과 가족들을 멀리하는 것뿐이었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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