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표현형이 있으면 현재의 손익 측면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행동생태학자들의 기본적인 방법이지만 이에 대한 비판이 없지는 없다. 그런 비판 중 하나는 자연선택이 모든 유기체의 모든 특징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으며 여러 가지 강력한 요인(유전자변이, 개체군 사이의 유전자 흐름, 각 형질의 진화적 변화 과정과 그것이 차후 진화에 미치는 영향 등)이 있다는 주장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 주장을 퍼뜨린 사람은 스티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로, 그는 정설을 버리고 러디어드 키플링 Rudyard Kipling의 ‘그냥 그런 거란 식의 이야기Just So Stories‘ 를 받아들인 변절자라는 극단적 표현을 써가며 적응주의자‘를 비판했다. 굴드의 표현에 따르면, 적응주의자들은 (표범이 어떻게 해서 그토록 빨라졌는가 하는 문제처럼) 뭔가를 대충 설명해주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낸 후에 서로의 등을 치며 자축하고는 각자 자기집으로 돌아간다. - P118

조류 가족마다 부화 시간의 간격 차이가 다른 이유에 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필연적으로 가족의 크기를 줄이는 종(독수리, 사다새, 투구펭귄)이 커다란 간격 차이를 보이는 반면에 명금류는 상대적으로 간격이 크지 않은 이유가 뭘까? 우선은 한배의 규모가 매우 큼에도(보통 열 마리 정도) 부모가 모든 새끼를 거의 동시에 부화시키는 조류 몇 종(오리, 질면조, 메추라기 등)에 관해 잠시 생각해보자. 이 종류는 조류 중에서도 새끼의 성장이 빠른 편이다. 다시 말해, 독수리보다는 호주칠면조에 가깝다. 특히 새끼들은 스스로 먹이를 구한다. 부모의 공급이라는 거추장스러운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먹이를 구해먹을 수 있기 때문에 형제 사이의 경쟁은 당연히 치열하지 않다. 이기주의 또한 거의 작용하지 않으며 비교적 높은 수준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몇몇 종을 실험실에서 연구한 결과, 알 속에 들어있을 때부터 형제들이 서로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게 주고받는 신호가 부화 시기를 더욱 정확하게 일치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 걸어다닐 수 있을 만큼 자라서 위험한 둥지를 벗어날 때도 새끼들은 동시에 움직이는 일사불란함을 보인다.
- P129

다시 말해, 그것이 형제살해를 행하는 형들에게 무슨 이익이 되는가? 현재로선 추측만 할 수 있을 따름이지만 어쨌든 다음과 같은추론이 가능하다. 첫째, 부모가 결국엔 죽을 가능성이 높은 추가 새끼를 부양하기 위해 약간이라도 더 많이 노력한다면 그의 죽음은 가족 예산의 부담을 덜어준다. 그리고 그 새끼의 몫을 부모가 챙겨서 자신의 몸으로 흡수하면 미래에 다시 번식할 가능성이 커진다. 어미가 다시 번식할 경우에 살아남은 두 핵심 새끼는 자신의 유전자와 똑같은 사본을 보유한 형제를 얻게 된다. 요건대, 부모가 생존자들의 포괄적응도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더 단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연구 대상처럼 스스로 결정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먹이를 제공할 능력‘이 있는 부모는 몇 주 후에 일시적으로 곤경(혹독한 날씨등)에 빠지더라도 두 생존자를 충분히 키워낼 수 있다. 한마디로 핵심 자손은 가족 경제의 범위를 넘어 생태계의 흥망성쇠 속에서도 보다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먹이의 양이 광범위한 환경 변화뿐 아니라 부모의 결정에 따라 바뀌며 그것이 형제살해종마다 형제의 공격성 양상에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살폈다. 풍요로운 시절에는 싸움 자제가 줄어들거나 완전히 사라지는 종이 있는가 하면,
수요가 줄어들 때까지 싸움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종도 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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