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떠오를 때까지 나는 들판과 산울타리,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틀림없이 청명한 여름 아침이었다고 생각한다. 집을 나설 때 신었던 신발이 얼마 안 있어 아침 이슬에 흠뻑 젖어버렸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떠오르는해도 쳐다보지 않았고 미소 짓는 하늘도 잠을 깨는 대자연도 돌아보지 않았다. 아름다운 경치 속으로 해서 단두대로 끌려가는 사람은 길가에서 미소 짓는 꽃을 생각하는 것은 염두에 없고 오직 생각되는 건 단두대와 도끼날이며, 뼈와 혈관이 절단되는 순간이며, 종말에 가서는 입을 벌리고 있는 묘혈뿐이다. 나도 쓸쓸한 도피와 찬 이슬을 피할 길 없는 집 없는 유랑을 생각했다. 그리고 아아, 뒤에 두고 온것을 생각하고 아픈 가슴을 쥐어뜯었다. 그건 생각 안 하려 해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때쯤 방 안에서 떠오르는해를 바라보고 서 있을 그를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아마 내가 곧 자기한테 와서, 자기와 함께 살고 자기 것이 되겠노라고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나는 그의 것이 되고 싶었다.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도 때는 늦지 않았었었다. - P167
설교가 끝났을 때, 나는 그의 설교에 의해서, 보다 기분이 좋고 마음이 안정되고 머릿속이 계발되기는커녕 오히려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맛보았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들은 웅변은 실망이라는 침전물이 가라 앉아 있는 심연의 밑바닥으로부터, 그칠 줄 모르는 동경과 불안정한 갈망이라는 충격으로 뒤흔들리고 있는 심연의 밑바닥으로부터 뿜어나온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세인트 존 리버스가 순결하게 살아왔고 양심적이고 열정적이기는 하지만 ‘모든 지각을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 를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부서진 우상과 잃어버린 낙원에대해 남모르게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슬픔을 근래에는 될수 있는 대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건만, 내게 달라붙어 무자비하게 나를 괴롭히는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와 마찬가지로, 그도 아직 하느님의 평화를발견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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