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면역이라는 신화

면역에 대해서 평생 처음 들었던 이야기는 의사인 아버지가 해주신 것으로, 내가 아주 어릴 때였다. 그건 아킬레우스 신화였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는 아들을 불사의 몸으로 만들려고 애썼다. 어떤 서술에서는 그녀가 아들의 필멸성을 불에 태워 없했다고 하는데, 그 덕분에 아킬레우스는 발뒤꿈치를 제외한 온몸이 결코 다치지 않는 몸이 되었지만, 결국에는 그 발뒤꿈치에 독화살을 맞아서 죽는다.
또 다른 서술에서는 아킬레우스의 어머니가 현세와 저승을 나누는 스틱스 강에 아들을 담갔다고 한다. 그때 그녀가 아기의 발뒤꿈치를 잡고 물에 담갔기 때문에, 이번에도역시 치명적인 취약점이 한 군데 남고 말았다.
- P9

우리가 백신의 효과를 따질 때 그것이 하나의 몸에 어떤영향을 미치느냐만 따지지 않고 공동체의 집합적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까지 따진다면, 백신 접종을 면역에 대한 예금으로 상상해도 썩 괜찮을 것이다. 그 은행에 돈을 넣는다는 건 스스로의 면역으로 보호받을 능력이 없거나 의도적으로 그러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에게 기부하는셈이다. 이것이 바로 집단 면역herd immunity 의 원리이고,
집단 접종이 개인 접종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은 바로 이 집단 면역 덕분이다. - P34

자신은 백신을 맞았지만 미접종자가 많은 동네에서 사는 사람이 자신은 맞지 않았지만 접종자가 많은 동네에서 사는사람보다 홍역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은 건 그 때문이다.
미접종자는 자기 주변의 몸들, 질병이 돌지 못하는 몸들에 의해 보호받는다. 반면에 질병을 간직한 몸들에게 둘러싸인 접종자는 백신이 효과를 내지 못했을 가능성이나 면역력이 희미해졌을 가능성에 취약하다. 우리는 제 살갖으로부터 보다 그 너머에 있는 것들로부터 더 많이 보호받는다. 이 대목에서, 몸들의 경계는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혈액과 장기 기증은 한 몸에서 나와 다른 몸으로 들어가며 몸들을 넘나든다. 면역도 마찬가지다.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이다. 집단의 면역에 의지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웃들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다.
- P35

어느 한 사람이 과정을 책임진 게 아니었고, 어느 한 사람이 발견의 공을 주장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서로위키가 상기시키듯이,
과학은 <대단히 집단적인 사업이다〉, 그것은 집단의 생산물이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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