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웠어...… 그만하면 가벼웠지…… 라고 박차돌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박차돌은 오호세를 시켜서 누이를 때려죽인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는 누이를 부축해서 인도해준 것이라고 생각하려 애썼다. 그 생각은 믿기에 낯설었으나, 차츰 마음속에 편안히 자리 잡았다. 누이의 목숨을 끊어줌으로써 누이는 죽고 자신은 살아서 누이와 함께 이승과 저승에 바쳐야 할 고난의 몫을 나누어 감당한 것이라는 생각에 박차돌은 혼자서 안도했다. - P285
배가 포구에 다가가자 신임 별장은 이물 쪽에 서서 손차양을 올려서 섬을 살폈다. 포구에서는 마을의 풍헌들이 섬 주민들을데리고 나와 깃발을 흔들고 징을 때려서 신임 별장을 맞고 있었다. 흑산 수군진 군사들도 선착장에 도열했다. 문풍세는 언덕 위에 새로 들어선 서당 건물을 눈여겨 살폈다. 배가 선착장에 닿자 징 소리가 높아졌다. 문풍세의 수탉이 마을 쪽을 향해 길게 울었다. - P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