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멀리 데려갈 이륜마차에 몸을 던진 나는, 더할 나위 없는 우울한 생각들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끊임없이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려 애쓰는 상냥한 가족들에게 항상 둘러싸여 있던 내가 이제는 혼자가 되었다. 지금 향하는 대학에서는 스스로 알아서 친구들을 사귀어야 했고 스스로를 알아서 돌봐야 했다. 이제까지의 내 삶은 유별나게 가족의 테두리 안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얼굴들에 대해 도저히 극복하기 힘든 반감을 갖게 되었다. 나는 동생들과 엘리자베트, 그리고 클레르발을 사랑했다. 그들이 내겐 친숙하고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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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성공으로 흥분한 가운데 태풍처럼 나를 몰아친 그 다채로운 감정들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으리라. 삶과 죽음의 경계야말로 이상적인 목표였다. 내가 최초로 돌파해 어두운 세상에 폭포수처럼 빛이흘러들게 만들었기에. 새로운 종이 생겨나 조물주이자 존재의 근원인 나를 축복하리라. 헤아릴 수도 없는 행복하고 탁월한 본성들이 내덕에 탄생하리라. 나만큼 자식의 감사를 받아 마땅한 아버지는 이 세상에 다시없으리라. 이런 생각들을 따라가던 나는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지금은 불가능해도) 시간이 지나면 겉보기에는 죽음으로 부패된 육신에도 새 생명을 줄 수 있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 P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