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학자들이 개미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 눈에는 개미들이 거의 평지를 걸어 다니는 것 같지만, 개미를 우리 인간의 몸집으로 환산해본다면 집채만 한 바위들을 우습게 타고 넘으며 지하 몇 층 정도를 가볍게 오르내리며 걷는 셈이다. 여섯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 곤충, 다리가 여덟 개인 거미,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다리를 가지고 있는 다지류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특성 중 하나가 바로 두 발로 걷는 우리 인간보다 험한 지형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동물들의 움직임을 이용하여 재난 구조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개미는 거미나 다지류에 비해 결정적으로 유리한 점을 하나 더 지니고 있다. 바로 사회성 동물이란 점이다. 개미의 행동을 잘 이해하여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로봇들을 만들면 훨씬 더 다양한 작업들을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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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진화의 결과로 탄생한 것은 분명하지만 진화가 우리인류를 탄생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과정은 아니다. 자연선택은 어떤목표를 향해 합목적적으로 진행되는 미래지향적 과정도 아니며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모든 합리적인 해결 방법을 총동원할 수 있는공학적인 과정도 아니다. 그래서 적자생존의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고 난 결과는 어쩔 수 없이 완벽한 인간의 등장일 수밖에 없다는 식의 생각은 지나친 인본주의 또는 인간중심주의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생명은 이처럼 지극히 낭비적이고 기계적이며 미래지향적이지도 못하고 다분히 비인간적인 과정에 의해 창조되었다. 하지만 그처럼 부실해 보이는 과정이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단계를 거듭하며 선택의 결과들을 누적시킨 끝에 오늘날 이처럼 정교하고 훌륭한 적응 현상들, 심지어는 남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일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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