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잠그는 순간, 나는 드디어 한 친구와의 통화연결에 성공한다. 친구는 "여보세요"라고 말한다. 나 역시 친구에게 "여보세요"라고 말한다. 곧이어 친구는 "누구세요?"라고 묻는다.
순간 나는 내가 누구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번 더 "누구세요?" 묻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당황한 나는 내 친구이거나, 선배이거나, 친구의 친구일지 모르는 사람에게 절박한 목소리로 되레 묻는다. "누구세요?" 경계하듯 저편에선 잠시 말이 없다. 그리하여, 행여 저편에서 수화기를 놓을까봐 조급해하며 내가 연이어 "누구세요?"
"누구셨죠?"를 울듯 묻고 있을 때, 각각의 방이 무덤처럼 조용했는지 어땠는지, 네 명의 여자가 모두 내 방으로 달려왔는지어땠는지 나는 기억할 수 없다. 다만 주의력이 좋은 여자였다.
면 누군가 한 명은 아침에 내가 화장실 앞에 처음으로 붙여놓은 ‘미안해요. 무서워서 그랬습니다‘라는 포스트잇을 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 순간 하고 있었다는 기억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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