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 2월, 알코올 중독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된 고흐는 남프랑스 아를로 향합니다. 그는 왜 미술 시장도 없고 친구도 없던 곳으로 간 걸까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색‘ 때문입니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편지로말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행운을 누려본 적이 없다. 하늘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파랗고 태양은 유황빛으로 반짝인다. 천상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푸른색과노란색의 조합은 얼마나 부드럽고 매혹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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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삶과 육체 모두 극단까지 끌고 간 반 고흐 그는 색이 이끄는 예술의 극단을 향해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압생트 산지인 아를에서 말이죠. 이것은 우연의 일치일까요? 여하튼 색의 최고음을 화폭에 담아내려는 반 고흐의 대역 없는 액션은 우리가 기억하는 불멸의 명작을 쏟아내기에 이릅니다. 노란 집〉과 〈아를의 밤의 카페입니다. 뭔가이상해 보이지 않나요? 정물도, 풍경도, 카페도, 심지어 자신의 집까지은 통 샛노랗습니다. 그가 아를에서 남긴 그림에는 노란색이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이것은 노란색에 대한 몰입이었을까요? 강박이었을까요?
녹색 요정은 어김없이 아를에서도 반 고흐와 함께였습니다. 마시고 또 마셨죠. 녹색 요정이 산토닌(Santonin)을 품고 있던 것을 모른 채, 반고흐는 산토닌에 중독되고 맙니다. 산토닌은 압생트 주원료인 향쑥의주요 성분으로 과다복용 시 부작용이 있습니다. 바로 황시증입니다. 세상이 노랗게 보이는 거죠. 고흐 또한 모든 대상을 노랗게 보게 됩니다.
노란색이 아닌 것도 노랗게 보이고, 노란색은 더욱 샛노랗게 보이는 운명에 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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