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씨앗보다 작은 자궁을 가진 태아였을 때, 나는 내 안의그 작은 어둠이 무서워 자주 울었다. 그러니까 내가 아주 작았던 시절 —— 조글조글한 주름과, 작고 빨리 뛰는 심장을 가지고있었던 때 말이다. 그때 나의 몸은 말(言)을 몰라서 어제도 내일도 갖고 있지 않았다.
- P8

 미안해서 못 오는 사람, 미안해서 자꾸 더 미안해해야 되는 상황을 만드는 사람. 나중에는 정말 미안해진 나머지, 못난사람보다는 나쁜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사람. 하지만 나는아버지가 나쁜 사람이고 싶었을 만큼 착한 사람이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자신이 잘못하고도 다른 사람이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진짜 나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 P11

어머니가 내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었다. 어머니는 내게 미안해하지도, 나를 가여워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고마웠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정말로 물어오는 것은자신의 안부라는 것을, 어머니와 나는 구원도 이해도 아니나 입석표처럼 당당한 관계였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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