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누님이 갓 시집가서 새벽에 단장하던 일이 어제런 듯하다. 나는 그때 막 여덟 살이었다. 버릇없이 드러누워 말처럼 뒹굴면서, 신랑의 말투를 흉내내어 더듬거리며 정중하게 말을 했더니, 누님이 그만 수줍어서 빗을 떨어뜨려 내 이마를 건드렸다. 나는 성이 나서 울며 먹물을 분가루에 섞고 기울에 침을 뱉어 댔다. 그러자 누님은 내게 옥압玉鴨과 금봉金蜂을 꺼내 주며 울음을 그치도록 달래셨다. 그때로부터 지금 스물여덟해가 되었구나! 강가에 말을 멈춰 세우고 멀리 바라보았다. 붉은 명정이 휘날리고 돛그림자가 너울거리다가, 배가 기슭을 돌아가고 나무에 가리게 되자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강가의 먼 산들은 검푸르러 누님의 쪽 찐 머리 같고, 강물 빛은 거울 같고, 새벽달은 고운 눈썹 같았다. 눈물을 흘리며 누님이 빗을 떨어뜨렸던 일을 생각하였다. 유독 어렸을 적 일은 역력할 뿐더러 즐거움도 많았고 세월도 더디더니, 중년에 들어서는 노상 우환에 시달리고 가난을 걱정하다가 꿈속처럼 훌쩍 지나갔구나. 남매가 되어 지냈던 날들은 또 어찌 그리도 빨리 지나갔던고! - P379
아아! 가난한 선비의 아내를 옛사람들은 약소국의 대부大夫에 견주었다. 다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지탱하려 하나 언제 망할지 모르는 지경인데도 능히 제 힘만으로 외교사령外交辭令을 잘하고 나라의 체모를 갖추었던 약소국의 대부처럼, 공인은 가난한 선비의 아내로서 보잘것없는 제물이나마 결코 제사를 거르지 않았으며, 넉넉지 못한 부엌살림이나마잔치를 너끈히 치러 내시었다. 그러니 어찌 이른바 ‘몸이 닳도록 힘을다하여 죽어서야 그만 둔 분이 아니겠는가? - P381
전에 공인을 마주대하고 이렇게 말씀드린 적이 있다. "우리 형님이 이제 늙으셨으니 당연히 이 아우와 함께 은거하셔야 합니다. 담장에는 빙 둘러 뽕나무 천 그루를 심고, 집 뒤에는 밤나무 천 그루를 심고, 문 앞에는 배나무 천 그루를 접붙이고, 시내의 위아래로는 복숭아나무와 살구나무 천 그루를 심을 겁니다. 세 이랑 되는 연못에는 한말의 치어稚魚를 뿌리고, 바위 비탈에는 벌통 백 개를 놓고, 울타리 사이에는 세 마리의 소를 매어 놓을 거구요. 아내는 길쌈을 할 겁니다. 형수님은 그저 여종을 시켜 들기름을 짜도록 재촉해서, 밤에 이 시동생이 등잔불을 켜고 옛사람의 글을 읽도록 도와만 주십시오." 공인은 그때 비록 병이 심했으나,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는 머리를 손으로 떠받치고 한 번 웃으면서, "그건 바로 나의 오랜 뜻이었소!" 하고 감사해 하셨다. - P382
죽은 사람이 죽음의 슬픔을 모르는 사실이 슬퍼할 만한 것과, 죽은 사람이 자신의 죽음이 슬퍼할 만함을 모른다는 사실을 산 사람이 아는 것이 슬퍼할 만한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슬플까? •••••• 아아, 슬프다! 아무리 그래도 산 사람은 제 슬픔에 스스로 슬퍼하는 것이지, 죽은 사람이 슬퍼하는지 슬퍼하지 않는지는 알지 못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평소에 나처럼 그를 아끼던 사람이 어찌 애사를 지어, 한편으로는 산 사람의 슬픔을 위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죽은 사람이 자신의 슬픔을 슬퍼하지 못함을 애도하지 않겠는가. -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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