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로 말하면, 당초의 제 예감이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답니다. 도련님이 벌판에서 말을 타거나 산책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자기의 목적을 이루려고 매우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아서 실제로 건강이 회복되었음에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린튼 도련님이 그렇게 열의를 가진 것처럼 보였던 것이 히스클리프 씨의 음모였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설마 죽어가는 자식을 그처럼 잔인하고 사악하게 대하는 아버지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지요. 히스클리프 씨는 그의 욕심 많고 냉혹한 계획이 린튼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허사가 될 것 같은 위협을 느껴 더욱 다급히 서둘렀던 모양이에요. - P429
" 이제 삼촌이 정말 돌아가시게 됐대, 아이 좋아, 삼촌이 돌아가시고 나면 내가 그 집의 주인이 될 테니까 말이야. 캐서린은 언제나 그게 제 집이라고 말했거든. 그건 자기 집이 아니지! 내 집이라고, 아빠가 그러시는데 캐서린의 것은 모두 다 내 것이래. 그 재미있는 책들도 모두 내 것이지. 캐서린은 내가 만약 우리 방 열쇠를 가지고 와서 자기를 내보내 주기만 하면, 그 재미있는 책들이며 예쁜 새, 조랑말 미니도 다 내게 준다는 거야. 하지만 난 그것들은 모두가 내 것이니까 네가 나한테 줄 거라곤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 줬어. 그랬더니 캐서린은 울면서 목걸이에서 조그만 그림을 꺼내더니 그걸 나더러 가지라는 거야. 금으로 만든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두 개의 사진인데 한쪽에는 자기 엄마의 사진이 있고, 다른 쪽에 삼촌 사진이 있는데 두 분 다 젊었을 때 찍은 거였어. 그게 어저께였어. 난 그것들도 내 것이라고 말하고 캐서린에게서 뺏으려고 했지. 그 망할 것이안 주려고 나를 떠밀어서 아프게 했어. 난 소리를 질렀어. 캐서린은 이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지. 아빠가 올라오시는 소리가 들리자, 캐서린은 케이스의 한쪽을 떼더니 둘로 나누어 엄마의 초상이 들어 있는 쪽을 내게 주고 다른 쪽은감추려고 했어. 그런데 아빠가 왜 그러느냐고 묻기에 내가설명을 했지. 아빠는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을 빼앗고, 캐서린에게 제 것을 내게 주라고 말하니까 안 된다지 뭐야. 그래서 아빠가 캐서린을 때려 넘어뜨리고 그 케이스를 줄에서 비틀어 떼어 발로 짓밟아버렸어." - P466
"다행히 저는 성격이 좋으니 그의 나쁜 점을 용서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가 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저도 그를 사랑해요. 히스클리프 씨, 당신은 아무도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아무리 우리를 비참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말이에요. 아저씨의 그 잔인한 성격은 아저씨가 우리보다 훨씬 비참하기 때문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풀려요. 아저씨는 비참해요, 그렇지 않아요? 악마같이 외롭고 시기심이 많은 거죠. 아무도 아저씨를 사랑하지 않아요. 아저씨가 죽어도 아무도 울어주지 않을 거예요! 저는 아저씨처럼 되진 않을 거예요!" 캐서린 아가씨는 일종의 서글픈 승리감을 맛보며 말했지요. 아가씨는 앞으로 가족이 될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원수의 슬픔에서 기쁨을 찾으려는 듯이 보였답니다. - P478
"나는 연장 창고에서 삽을 꺼내다가 힘껏 파기 시작했어. 살 끝이 관 모서리에 닿는 소리가 나더군. 그러자 엎드려서 손으로 후볐지. 관 뚜껑의 못 박은 자리가 벌어지고 내가 목적하던 바가 거의 이루어질 참인데, 그때 바로 묘 가장자리에서 내 머리 위로 몸을 구부리며 누군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내 이 뚜껑을 열 수만 있다. 면 나를 함께 묻고 흙을 덮어주면 좋으련만!‘ 하고 나는 중얼거렸어. 그리고 나는 더욱더 미친 듯이 뚜껑을 잡아떼려고 했지, 바로 내 귓전에서 다시 한숨 소리가 들리더군. 진눈깨비를 몰고 오는 바람을 물리치는 따뜻한 숨결 같은느낌이었어. 피가 통하는 산 인간이 옆에 없다는 건 알고있었지. 그러나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면 눈으로 분간은 못 할망정 분명히 알 수 있듯이, 난 확실히 캐시가 거기 땅속이 아니라 땅 위에 있는 걸 느꼈어. 갑자기 안도감이 심장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지더군, 난 고뇌에 찬 일을 그만두고 당장 마음이 놓여 돌아보았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이 위안이 되었지. 그녀의 모습이 내옆에 있었단 말이야. 내가 파낸 묘를 다시 메우는 동안 그대로 거기 있다가 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어." - P481
"초라한 종말이군그래." 그는 방금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나의 그 맹렬한 노력이 이렇게 끝장난단 말인가? 두 집을 부숴버리려고 지렛대며 곡괭이를 장만해 놓고 헤라클레스와 같이 괴력을 낼 수 있도록 나 자신을 훈련했건만, 막상만반의 준비가 되고 내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자어느 쪽 집에서도 기와 한 장 들어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으니! 나의 숙적들은 나를 넘어뜨리지는 못했어. 이제야말로 바로 그들의 후손에게 복수를 할 때지. 내 힘으로 할수 있지. 그리고 아무도 막지 못해. 하지만 그래서 무슨소용이 있겠어? 난 사람을 때리고 싶지 않아.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 귀찮아졌단 말이야! 이렇게 말하니 마치 오직 아량의 미덕을 보이기 위해서 이제까지 애를 써온 것처럼들리는데, 그와는 거리가 먼 얘기지. 난 그들의 파멸을 즐길 만한 힘도 없어졌고 쓸데없이 남을 파멸시킬 생각도 없어졌단 말이야. - P538
내겐 오직 한 가지 소원이 있고, 내물과 능력이 그것을 성취하기를 열망하고 있어.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얼마나 꿋꿋하게 그 소원의 성취를 열망했던지 나는 그것이 꼭 성취되리라고 믿고 있지. 그것도 얼마 있지 않아서 말이야. 그것을 위해 내 생애를 바쳐왔기 때문이지. 나는 소원이 성취되리라는 기대 속에 갇혀버린거야. 내가 고백한다고 해서 구원을 받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이 고백이 내 성격의 설명할 수 없는 면에 대한 설명은 될 거야. 아, 젠장! 오랜 싸움이었지. 이제 끝장이 났으면 좋겠어" - P541
무덤을 찾아보았더니, 벌판에서 가까운 언덕배기 위로 비석 세 개가 이내 눈에 띄었다. 가운데 것은 회색이었고 히스에 반쯤 묻혀 있었다. 에드거 린튼의 것만 비석 밑의 잔디와 이끼 때문에 어울려 보였다. 히스클리프 것은 여전히 벌거벗고 있었다. 나는 포근한 하늘 아래 그 비석들 둘레를 어슬렁거렸다. 히스와 초롱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방들을 지켜보고, 풀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저렇게 조용한 땅속에 잠든 사람들을 보고 어느 누가 편히 쉬지 못하리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 P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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