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서 나와서 내가 맨 처음 해 보인 것은 이사벨라의 조그만 개를 매단 거였어. 그리고 이사벨라가 그 개를 풀어주라고 말했을 때, 내가 한 첫마디는 한 사람을 빼놓고는 그 집안 사람은 모조리 목을 매다는 게 소원이라는 것이었어. 그 예외인 한 사람을 아마 이사벨라는 자신으로 알았을 거야.
그러니 이 사람은 내가 아무리 잔인한 짓을 해도 예사로 생각했거든. 자기에게 소중한 사람만 다치지 않는다면, 아마 선천적으로 잔인한 짓을 좋아하는 모양이야! 저렇게 가엾고 노예 같은 비굴한 계집이 내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는 게 그지없이 어리석고 어이없는 일 같지않아? 넬리, 내 평생에 이 사람처럼 비열한 인간은 처음 보았다고 당신 주인에게 말해 주고 싶어. 저런 사람은 린튼 집안의 수치야. 아무리 심한 짓을 해도 참고 여전히 창피하게 매달려 오는 통에 나로서는 정말로 골려줄 묘안이 떠오르질 않아서 때로는 더 시험해 보지도 못하고 그만두는 수밖에 없을 때가 있었어! 그러나 린튼에게는 오빠로서 그리고 치안 판사로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줘.
나는 엄밀히 법률의 한계 내에서 그러는 것이니까. 지금까지는 이사벨라에게 이혼을 요구할 여지는 조금도 주지 않았어. 게다가 누가 우리를 떼어놓는대 봤자 이사벨라는 고마워하지도 않을 거야. 만약 나가고 싶다면 나갈 수도 있지, 골려주는 것도 재미는 있지만 옆에 있어서 귀찮은 일이 오히려 더 많으니까!" - P246
아씨의 일생은 조용한 꿈속에서 끝을 맺으신 거지요. 부디 저승에서도그렇게 살며시 눈을 뜨셨으면.."
"고통 속에 눈을 뜨라지!" 하고 그는 발을 구르며 걷잡을 수 없는 격정으로 발작을 일으키며 무시무시하게 외치는 것이었어요. "그래, 끝까지 거짓말쟁이였군! 어디로 갔지? 거기가 아니야, 천국이 아니라고, 없어진 것도 아냐. 그러면 어디로 간 거지? 아! 당신은 내 괴로움 같은 건 알바 아니라고 했지! 난 한 가지만 기도하겠어. 내 혀가 굳어질 때까지 되풀이하겠어, 캐서린 언쇼! 당신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편히 쉬지 못한다는 것을!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면 귀신이 되어 나를 찾아오란 말이야! 죽은 사람은 죽인 사람에게 귀신이 되어 찾아온다면서? 난 유령이 지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어.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줘. 어떤 형체로든지, 차라리 나를 미치게 해줘! 제발 당신을 볼 수 없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나를 버리지만 말아줘. 아! 견딜 수가 없어! 내 생명인 당신 없이는 못 산단 말이야! 내 영혼인 당신 없이는 난 살 수 없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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