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1801년 — 집주인을 찾아갔다가 막 돌아오는 길이다. 이제부터 사귀어가야 할 그 외로운 이웃 친구를. 여긴 확실히 아름다운 고장이다. 영국을 통틀어도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이렇게 완전히 동떨어진 곳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을 싫어하는 자에겐 다시없는 천국이다. 더구나 히스클리프 씨와 나는 이 쓸쓸함을 나누어 갖기에 썩 알맞은 짝이다. 멋진 친구!  - P7

그는 침대에 올라가서 창을 비틀어 열고 당기면서 격정을 걷잡을 수 없었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들어와! 들어와!" 그는 흐느꼈다. "캐시, 제발 들어와.
아, 제발 한 번만 더! 아! 그리운 그대, 이번만은 내 말을들어주오, 캐서린, 이번만은!"
- P49

이렇게 걷잡을 수 없는 말괄량이기는 했지만 그 근방에서 가장 눈이 아름답고 웃음이 앳된, 발걸음이 가벼운 아가씨였답니다. 그리고 결국 별로 악의도 없었지요. 일단 누구를 울려놓고도 대개는 그 옆에서 달래느라 붙어 있어서 도리어 아가씨를 위로하기 위해 이쪽에서 울음을 그쳐야만하는 판이었으니까요.
- P70

다음 날 아침에 히스클리프는 일찍 일어났더군요. 그날이 일요일이었던 탓에 기분이 나쁜 채로 벌판으로 나가버리고, 집안사람들이 교회에 갈 때가 되어서야 다시 나타났어요. 먹지도 않고 반성을 하느라 기분은 좀 누그러진 것같았지요. 제 앞에 와서는 한동안 우물거리더니 용기를 내서 불쑥 이렇게 소리쳤어요.
"텔리, 나를 보기 싫지 않게 해줘. 나도 점잖아지고 싶어."
"잘 생각했어, 히스클리프, 너는 캐서린 아가씨를 슬프게 했어. 집에 돌아온 것을 후회하고 있을 거야! 모두들아가씨를 너보다 소중히 하니까 네가 시기하는 것 같아."
저는 말했습니다.
캐서린 아가씨를 시기하는 것 같다는 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녀를 슬프게 한다는 말은 분명히 알아들은 것같았어요.
"캐시가 슬프대?" 그는 매우 심각한 얼굴로 물었어요.
"네가 오늘 아침 다시 나갔대니까 아가씨가 울었어."
"나도 간밤에 울었단 말이야." 그는 대답했어요. "캐시보다도 내가 울 이유가 더 많지." - P93

그는 무릎 위에 두 팔꿈치를 대고손으로 턱을 받치고는 묵묵히 생각에 잠겨 있었어요. 제가무엇을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침울하게 대답했어요.
"힌들리에게 어떻게 복수를 해줄까 생각하고 있었어. 언전가 할 수만 있다면 기다리는 것쯤 괜찮아. 제발 나보다먼저 죽지나 말았으면!"
"창피한 줄 알아, 히스클리프!" 저는 말했습니다. "고약한 사람들을 벌하는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야. 우리는 용서를 배워야지."
"아니야, 하나님은 내가 맛볼 만족감을 맛보시지는 못할거야." 그는 대꾸했어요. "나는 제일 좋은 방법을 알고 싶을 뿐이야! 나를 가만히 놔둬, 생각해 내게, 복수를 생각하는 동안엔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 P101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아가씨는 외쳤어요. "천국은 내가 갈 곳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려 했을 뿐이야. 나는 지상으로 돌아오려고 가슴이 터질 만큼 울었어. 그러자 천사들이 몹시 화를 내며 나를 워더링 하이츠의 꼭대기에 있는 벌판 한복판에 내던졌어. 거기서 나는 기뻐서 울다가잠이 깼지. 이것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내 비밀을 설명해 줄 거야. 나는 천국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에드거 린튼과 꼭 결혼할 필요도 없는 거지. 저 방에 있는 저고약한 사람이 히스클리프를 저렇게 천한 인간으로 만들지않았던들 내가 에드거와 결혼하는 일 같은 것은 생각지도않았을 거야. 그러나 지금 히스클리프와 결혼한다면 격이떨어지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것을 그에게 알릴 수가 없어. 히스클리프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넬리, 그가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되어 있는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은 거고, 린튼의 영혼은 달빛과 번개, 서리와 불같이 전혀 다른 거야."

린튼에 대한 내 사랑은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돼서 나무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달라지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이어.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한 애정은 땅 밑에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거야. 델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반드시 나의 기쁨이 아닌 것처럼 그도 그저 기쁨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내 마음속에 있는 거야. 그러니 다시는 우리가 헤어진다는 말은 하지 마. 그것은 있을 수 없는일이니까 그리고......"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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