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공항에서는 무조건 김총무님께서 맨 선두에서 상황을 주시하시고, 티켓팅 때 좀 까탈스럽게 구는 직원에게는 총무님이 직접 나서서 스페인어로 한참을 얘기하신다. 우리가 단체로 가기 때문에 전체 짐 무게에서 인원수 별로 나누면 얼마 나가지 않을 것이다. 이래도 얘기가 잘 안 통하면 남미 가수나 연예인들 얘기를 하신다. 또 인기 있는 오래된 연예인들 얘기까지 하곤 하신다. 그때쯤되면 직원들이 고개를 들고 쳐다본다. 워낙 멀어서 동양 사람들은 잘 오지도 않는데, 스페인어에다 자기네들 연예인 얘기까지 하니 신기한 것이다. 우리도 눈이퍼런 녀석이 한국말도 잘하고 갑자기 조용필 씨나 주현미 씨 얘기를 하면 놀랍고 친근감이 가지 않겠는가? 이때 총무님이 슬그머니 내놓는 월동대 스티커와 패치, 가끔은 주객이 전도되어 총무님과 남미 아가씨의 대화가 길어지기도 하지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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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기지로 가는 날 마침 나도 따라갔다. 칠레 프레이 기지는 공군기지다.
칠레뿐만 아니라 대부분 남미 국가의 남극 기지는 공군기지다. 서로의 영토라고주장하지는 않지만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점하기 위해 군사기지로 운영하고 있다.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기지도 군인들이 상주하는 군사기지였다. 하지만 겉으로 봐선 전혀 군사기지 같지 않다. 촬영을 할 때도 형식적으로는 허가를 받는다. 하지만 전체 생활은 다른 남극 기지와 마찬가지이고, 이곳에서는 서로 돕고 지내야 하기에 군대라고는 하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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