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동안 사신의 행차가 자주 에도江戶를 내왕하였다. 그러나 사신으로서 체통을 지키고 임무를 엄중히 수행하느라, 그 나라의 민요와 인물, 험한 요새와 군사력에 관해서는 끝내 털끝만큼도 실상을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왔다갔다 하기만 했다. 우상은 힘으로는 붓 한 자루도 들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나라의 알짜를 붓끝으로 남김없이 빨아들여, 만리나 떨어진 섬나라의 수도로 하여금 산천초목이 다 마르게 하였으니,
‘붓 한 자루로 그 나라 강산을 무너뜨렸다‘ 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 P79
그러므로 덕은 그릇에 비유되고, 재주는 그 속에 담기는 물건에 비유된다. 『시경』에도 이런 구절이 있다.
깨끗하고 고운 저 옥 술잔이여 瑟彼玉赞
황금빛 울창주가 그 속에 담겼도다. 黃流在中『주역』 에도 "솥이 발이 부러지니, 임금이 드실 음식이 엎어졌도다" 16.
고 하였다. 덕만 있고 재주가 없으면 그 덕이 빈 그릇이 되고, 재주만 있고 덕이 없으면 그 재주가 담길 곳이 없으며, 그 그릇이 얕으면 넘치기가 쉽다.
- P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