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선생님의 말씀은 그 뜻을 알쏭달쏭하게 표현하여 수수께끼 같구나.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니, 덕홍이 이렇게 대꾸하였다.
"네까짓 게 어찌 알 수 있겠느냐? 잘한 일을 가지고 성토하여 책망하면 그보다 더한 칭송이 없지. 사랑하는 마음에서 노여움이 생기는 것이요, 꾸짖다 보면 정이 붙는 것이니, 가족에 대해서는 이따금 호되게 다루어도 싫어하지 않는 법이야. 이미 친한 사이인데도 더욱 거리를 둔다면, 그보다 더 친한 사이가 어디 있겠느냐? 이미 믿는 사이인데도 오히려 의심을 품게 만든다면, 그보다 더 친밀한 사이가 어디 있겠느냐?
술이 거나해지고 밤이 깊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졸고 있을 때, 서로 말없이 바라보다가 남은 술기운을 빌려 상대방의 슬픈 심사를 자극하면,
누구든 서글퍼하며 공감하지 않는 이가 없지. 그러므로 사람을 사귀는데에는 서로 알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즐겁기로는 서로 공감하는것보다 더한 것이 없지. 그리고 속 좁은 사람의 불만을 풀어 주고 시기심많은 이의 원망을 진정시켜 주는 데에는 우는 것보다 더 빠른 게 없어.
나는 남들과 사귀면서 울고 싶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울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더라구. 그 때문에 서른한 해 동안 온 나라를 돌아다녔어도 벗 한사람 사귀지 못한 것이야."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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