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신체 접촉으로 반가움을 표현하는 프로방스식 예법에 익숙해지는 데 여러 달이 걸렸다. 영국에서 교육받은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도 인간관계에서 일종의 타성에 빠져 있었다. 상대와 항상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악수 대신에 목례를 하며, 여자 친척에게만 입맞춤을 하고,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하는애정표현은 개에게만 국한시키라고 배웠다. 따라서 공항 검색원이 몸수색을 하듯이 몸을 더듬는 프로방스식 인사법은 처음에 무척이나 당혹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런 인사법을즐긴다. 이런 식으로 인간관계를 표현하는 의식의 미묘한 멋에,
프로방스식 만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런 몸짓언어에 매료되고 말았다.
- P180

입맞춤이 끝나면 대화가 시작된다. 시장바구니와 꾸러미를 내려놓는다. 개는 카페의 탁자 다리에 묶는다. 자전거와 연장은 가까운 벽에 기대어둔다. 진지하고 흡족한 대화를 하려면 두 손이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 손으로 마침표도 찍고, 마무리짓기 힘든 이야기를 끝내기도 하는 것이다.
말이란 입만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방스 사람들은 충분히 신체적으로 여기지 않는 말을 두 손으로 강조하고 윤색하기도 한다. 따라서 손과 언제나 웅변적인 어깨는 생각을 조용히 주고받는데 필수적이다. 실제로 멀리 떨어져 아무런 소리를 듣지 못하더라도, 몸짓과 손짓만 보고서 프로방스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대강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 P182

드문 현상은 아니다. 프로방스는 북유럽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상당한 충격이다. 프로방스에서는 모든 것이 순수 자체다. 기온은 영상 37, 39도에서 영하 7도까지 극과 극을 달린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도로가 유실되고 고속도로가 폐쇄될 정도로 엄청나게쏟아붓는다. 미스트랄은 심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무지막지한 바람으로 겨울에는 모진 추위를, 여름에는 잔인할 정도로 건조한 공기를 몰고 온다. 음식은 흙냄새가 물씬 풍기는 강한 맛으로, 부드러운 음식에 익숙한 소화기관을 뒤집어놓기 일쑤다. 포도주는 숙성되지 않아 쉽게 마셔지지만, 조심스레 오랫동안 숙성시킨 포도주에 비해 알코올 함량이 높은 경우가 적지 않다. 영국과 사뭇 다른 기후와 음식이 복합된 결과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프로방스에는 적당한 것이 없어, 수잔을 한 방에 보내버린 것처럼 많은 사람을 고생시킨다.  - P198

9월의 주말이면 3차 대전을 준비하는 듯한 소리가 시골을 뒤덮는다. 사냥철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소리였다. 프랑스에서 남자다운 남자라면 모두가 총을 메고 사냥개를 끌고, 살생충동에따라 사냥감을 찾아 산으로 향한다. 사냥철이 임박했다는 첫 조짐은 우편물로 시작되었다. 베종라로멘에 있는 한 총포상이 보낸엄청난 카탈로그였다. 모든 총기류를 완벽하게 갖추고 사냥 전의 가격으로 제공하겠다는 광고였다. 60, 70개의 모델이 있었다.
베르니 카롱 그랑 베카시에, 아니면 전자 조준기가 달린 뤼제 매그넘 44구경을 가지고 싶은 생각에, 이 땅에 태어난 후 줄곧 잠자고 있던 내 사냥 본능이 꿈틀대며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위험한 기구를 다루는 내 능력을 조금도 믿지 않는 아내가 발등이나 쏠거면서 전자 조준기가 필요하겠냐고 빈정댔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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