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내내 암무는 쉴새없이 이야기를 했다. 암무는 라헬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할 여유는 주지 않았다. 라헬이 뭔가 말하려 하면, 암무는 새로운 생각이나 의문으로 그 말을 끊었다. 암무는 딸이 어떤 어른스러운 생각을 이야기할까봐, ‘얼어붙은 시간‘을 녹일까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두려움이 그녀를 수다스럽게 했다. 계속 떠들어대면서 공포를 막아내고 있었다.
- P223

그녀는 자신의 딸이 그와 함께 있는 것을 저렇게나 편안해하다니 놀라웠다. 그녀를 완전히 배제한 또다른 작은 세계를 아이가 가진 듯하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어머니인 그녀도 전혀 끼어들 수 없는, 미소와 웃음으로 이루어진 감촉을 가진 세계. 암무는 이런 생각을 하며 자신이 미묘한 보랏빛 부러움을 느끼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알아차렸다. 누굴 부러워하는 건지는 숙고할 수 없었다. 그 남자인지 자신의 딸인지. 혹은 손가락을 걸고 갑자기 미소를 짓는 그들의 세계인지.
- P245

더 자라면서 암무는 이 차갑고 계산적인 잔인함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 부당함을 용서하지 않는 고결한 판단력을, 그리고 ‘누군가 큰 사람‘에게 평생 괴롭힘을 당해온 ‘누군가 작은 사람‘에게서 나타나기 마련인 고집스럽고  무모한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다툼이나 대립을 피하기 위한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러한 것을 찾아냈고, 어쩌면 즐기기까지 했다고도 할 수 있었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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