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8월의 마지막 주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관광객들은 떠났다. 마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본래의 고요한 매력을 되찾았다. 동네 사람들은 셀카를 찍는 관광객에게 치일 걱정 없이 다시 길을 가다 멈춰 서서 수다를 떨 수 있게 됐다. 우리는 1년 열두 달 가운데 9월을 가장 좋아했다. 기온이 떨어지지만 낮에는 수영을 즐기고 저녁에는 야외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큼 따뜻했다. 카페 테라스에도, 단골 레스토랑에도 언제든지 앉을 자리가 있었다. 여름 내내 바빴던 대자연이 가장 많은 열매를 맺는 시기이기도 했다. 시장에는 그날 새벽에 수확한 과일과 채소와 양상추가 넘쳐났다. 포도밭에도 활력의 징후가 감돌았다. 보통 이맘때 며칠 내리는 비가 먼지를 깨끗이 씻어 내리면 말간 포도알이 산비탈을 영롱한 초록빛으로 물들였다. 여러 가지로 9월은 두번째 봄 같았다. 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 P91
마을 중심가에서는 평소에 거의 입지 않는 옷이나 아주 오래된 옷을 볼 수 있다. 할머니의 모피 모자, 1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이 입던 트렌치코트, 오랜 세월 입지 않아 갈라지고 뻣뻣해진 가죽 장화 등 추위만 막아줄 수 있다면 패션따윈 지옥에나 가라는 태세다. 차가운 날씨는 보통 하룻밤 사이에 언제 그랬냐는 듯 따뜻해져 있었고, 눈을 뜨면 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짧지만 크리스마스 카드 안에서 살다 나온 기분이었다. - P146
처음에는 천천히, 하지만 이내 속도를 높여 자연은 다가올 연례행사의 예고편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중에 으뜸. 은 아몬드나무를 수놓는 흰색과 분홍색 꽃이다. 동시에 앙상한 나뭇가지에서는 연둣빛 새순이 올라오고, 모험심 강한 나비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첫 번째 꽃봉오리가 맺하고, 죽은 줄 알았던 식물들이 갑자기 벽을 타고 올라가기시작한다. 어디를 봐도 만물이 소생하는 작은 징후들을 찾을 수 있다. 들판에 핀 샛노란 꽃의 물결부터 몇 달 동안 열매를 맺지 않았는데도 싱그럽게 초록색으로 다시 빛나는 포도밭에 이르기까지, 그다지 작지 않은 징후들도 있다. 사실 보이는 모든 것이 새 단장을 한 것만 같다. - P187
마침내 한 시가 되면 임무를 완수한 가판대 주인들이 짐을 싸기 시작한다. 모두 끝났다. 이제 다음 주까지 기다려야한다. 다음 주가 되면 바구니는 다시 신선한 먹을거리로 가득 찰 것이다. 위장도 다시 융숭한 대접을 받을 것이다. 이제 그만 일어나야겠다. 점심이 나를 부른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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