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의 기원에 관한 공기역학 이론은 새로운 신체 부위의 기원에 대한 적응주의적 접근방법의 일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깃털의 기원을 밝히겠다는 20세기의 거창한 지적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깃털은 비행도구에 대한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했다‘라는 신념에 사로잡혀 연구에 착수한 100년 동안, 깃털의 실제 진화과정에 대한 지식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순서가 틀렸기 때문이다. 깃털이라는 혁신적 도구의 진화과정을 제대로알려면, 개별 혁신의 선택이익 selective advantage에 대한 의문을 일단 보류하고, 각각의 깃털발달 단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진화방향을 예측하는 게 먼저다. 이게 바로 이보디보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의 접근방법인데, 그 핵심은 깃털의 각 요소가 왜 진화했는지를 궁리하기에 앞서서, 깃털의 진화 과정에서 무슨 요소들이 생겨났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 P224

창조하도록 진화함으로써, 그 위에 띠, 점, 반점, 스팽글 등의 복잡한다시 말해서, 평평한 깃판이 미적 선택을 통해 2차원 캔버스를 색소 패턴을 아로새길 수 있게 되었다. 평평한 깃판의 진화가 혁신적인 이유는, 완전히 다른 미적 표현방법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깃털 공룡에서 평평한 판이 진화한 것은 진정한 빅딜Big Dealol었다. 왜냐하면 나중에 등장한 새들이 평평한 깃판을 가진 깃털을이용하여 비행에 필요한 공기역학적 힘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깃털이 비행을 위해 진화한 게 아니라, 비행이 깃털에서 진화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새가 공중으로 날아오를 수 있도록 만든 핵심적 혁신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였다고 할 수 있다.
- P227

이 의문은 우리를 ‘암컷과 수컷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이끈다. 암컷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성적 욕구에 충실하려고 하는 데 반해, 수컷은 강압과 성폭력을 통해 그녀의 성선택능력을 파괴하려 한다. 그녀가 강제교미로 인해 입는 피해는 자신의 건강과 웰빙이 직접 훼손되는 것 이상이며,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는 간접적 유전적 이점도 상실된다. 왜냐고? 자신이 원하는 수컷과 짝짓기하는 데 성공한 암컷은,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암컷이 동경하는 과시형질을 물려받은 아들을 낳을 가능성이 높기때문이다. 성적으로 매력적인 아들 역시 매력적인 손주를 낳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녀의 후손은 더욱 불어날 것이다. 이러한 간접적 유전적 이점이야말로 미적 공진화를 추동하는 힘이다. 그에 반해 강제로 수정된 암컷은 무작위적인 과시형질이나 (자신의 미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퇴짜맞은 과시형질을 가진 수컷을 닮은 아들을 낳게 될 것이다. 무작위적이든 기준미달이든, 원치 않는 수컷과 짝짓기함으로써 통해 탄생하는 아들은 인기 있는 수컷의 과시형질을 물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다른 암컷들에게 성적으로 호감을 살 가능성이 작고, 결국에 선택받지도 못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손주의 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것은 수컷의 성폭력으로 인해 암컷이 치르는 간접적 유전적 비용이며, 암컷이 죽음을 무릅쓰고 강제교미를 거부하는 것은 바로 이 비용을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있다.
- P244

 총배설강이란 수챗구멍‘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하는 말로, 조류의 항문 안에 존재하는 해부학적 공간을 의미하며,
소화관 요로 생식관의 배출물이 모두 통과하는 원스톱 종말처리장이라고 할 수 있다. 페니스가 없는 조류의 경우 ‘총배설강 키스 cloacalkiss‘를 통해 수정이 이루어지는데, 말은 ‘키스‘라고 해도, 사실은 암수가 구멍(항문)을 맞대는 자세를 무덤덤하게 기술한 시적 표현으로(로맨틱한 정서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수컷은 이를 통해 정자를 방출하고 암컷은 그것을 받아들일 뿐이다.
- P249

오리의 페니스는 인간의 페니스와 오래된 상동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형태와 기능이 상당히 다르다. 첫 번째 특징은, 파충류의 페니스와 마찬가지로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내부에 잠복해 있다는 것이다. 즉, 평상시에는 안과 밖이 뒤집힌 채 여러 겹으로 접혀 총배설강안에 보관되어 있다가, 교미할 때만 총배설강 밖으로 나온다. 두 번째 특징은, 파충류나 포유류와 달리 혈관계가 아니라 림프계의 동력에 의해 발기한다는 것이다. 수컷 오리의 총배설강 양쪽에는 림프벌브 lymphatic bulb라는 근육muscular sic이 있는데, 이것이 수축하면 림프가 페니스 중심부의 텅 빈 공간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접혀 있던 페니스가 펼쳐짐과 동시에 발기되어 총배설강 밖으로 신속히 튀어 나간다. 수컷 오리 페니스의 발기 과정을 상상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스웨터 소매를 손으로 뒤집기‘와 ‘컨버터블 스포츠카의 부드러운 지붕을 유압구동으로 펼치기‘를 짬뽕한 것이라고 볼 수있다. 물론 그보다 속도가 훨씬 더 빠르지만 말이다. 페니스의 기저부가 맨 처음 노출된 후 나머지 부분이 순차적으로 펼쳐져 말단부까지 모두 노출되면, 정자는 외부의 홈groove을 따라 기저부에서 말단부까지 이동한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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