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누군가의 삶을 구하려 자기 삶을 버린 데 아직 화가 나 있었다. 잠시라도, 정말이지 아주 잠깐만이라도 우리 생각은 안 했을까. 내 생각은 안났을까. 떠난 사람 마음을 자르고 저울질했다. 그런데 거기 내 앞에 놓인 말들과 마주하자니 그날 그곳에서 제자를 발견했을 당신모습이 떠올랐다. 놀란 눈으로 하나의 삶이 다른 삶을 바라보는얼굴이 그려졌다. 그 순간 남편이 무얼 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날, 그 시간, 그곳에선 ‘삶‘이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삶‘
이 ‘삶‘에 뛰어든 게 아니었을까. 당신을 보낸 뒤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편지를 식탁 위에 내려놓고 두 손으로 식탁 모서리를 잡았다. 어딘가 기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혼자 남은 그 아이야말로 밥은 먹었을까. 얼마나 안 먹었으면 동생이 꿈에까지 나타나 부탁했을까. 참으려고 했는데 굵은 눈물방울이 편지지 위로 투둑 떨어졌다. 허물이 덮였다 벗어졌다 다시 돋은 내 반점 위로, 도무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얼룩 위로 투두둑 퍼져나갔다.
당신이 보고 싶었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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