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우리 삶과 역사 속에서 우연과 필연이 어떤 식으로 이어지든, 그 결과는 똑같이 불가피한 결과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데 캉디드의 대답에는 또 다른 진실이 담겨 있다. 우리는 주어진 어떤 시점에서도 역사를 이끄는 우연과 필연을 결코 모두 알 수 없으며, 나아가 어느 역사적 선후 관계에서도 초기 조건들을 모두 알 수 없다.
바로 이런 방법론적인 약점에서 철학의 힘이 나오는 것이다. 인간의자유 -밭을 일구는 것-는 과거와 현재의 모든 데이터를 처리할 수 없다는 우리의 무능함뿐만 아니라, 우리 행동을 빚어내는 초기 조건들과 사건들의 맞물림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우리의 무지함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지 속에서 자유로우며, 우리를 결정짓는 원인들의 대부분이 과거 속으로... 영원히...묻혀 버린다는 삶 속에서 자유롭다. 영생의 물리학과 슈퍼컴퓨터에 의한 부활이 아니라, 이런 삶이 바로 희망이 영원히 마르지 않고 샘솟는 원천이다.
- P499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이 무한하고, 보살핌이 없고, 무목적적인 우주를 제시하면서 오직 차갑고 잔인한 논리만 내놓는다고 생각한다.
반면 사이비 과학, 미신, 신화, 마술, 종교는 도덕과 의미에 대해 단순하고 즉각적이고 위안이 되는 규범을 제공한다.  - P509

영원히 마르지 않는 희망 
이상한 것들을 믿는 이 모든 이유를 한데 묶어 이 책의 마지막 장 제목으로 삼았다. 이는 인간이 본성적으로 언제나 더 나은 수준의 행복과 만족을 찾아 앞날을 내다보는 종이라는나의 확신을 담고 있다. 불행하게도 그 결과는, 보다 나은 삶에 대한 비현실적인 약속을 붙들려 하거나, 오로지 불관용과 무지를 고집함으로써, 오로지 타인의 삶을 가벼이 생각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획득할 수 있다고 믿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따금, 다가올 미래의 삶에만 집착한 나머지, 지금의 삶에서 우리가 가진 것을 놓쳐 버린다는 것이다. 희망의 다른 원천도 있다. 원천이 다르더라도 희망은 희망이다. 인간의 지적인 능력이 측은지심과 더불어서 무수히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각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으리라는 희망, 역사의 진보가 계속 이어져 보다 큰 자유를 향해 나아갈 것이며, 모든 사람들을 보듬어 갈 것이라는 희망, 사랑과 공감과 아울러 이성과 과학도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고, 세계를 이해하고,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바로 그것이다.
- P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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