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는 한때 향수를 연구하기도 했다. 진한 향이 나는 오일을 증류하고 동방에서 들여온 향기 나는 수지를 태워 가며 향수 제조의 비밀을 캐보기도 했다. 그는 우리 마음의 기분 가운데 감각적 삶에서 그 대응물을 찾을 수 없는 기분은없다고 생각했다. 기분과 감각적 삶의 진정한 관계를 찾기 시작한 그는 유황 속에는 사람을 신비스럽게 만드는 것이 있고,
용연향에는 사람의 정열을 자극하는 것이 있으며, 향제비꽃에는 지나간 사랑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것이 있고,
사향은 우리의 뇌를 혼란스럽게 하고, 노란 꽃이 피는 챔팩나무는 상상력을 오염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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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 날 밤에는 불쑥 집을 빠져나와 블루 게이트 필즈 근처의 지저분한 곳을 돌아다니며 하루고 이틀이고 쫓겨날 때까지 그곳에 머물곤 했다. 그러고 나서 집에 돌아오면 그 초상화 앞에 앉아 때로는 그림과 자기 자신을 혐오하기도 하고,
그러나 또 어떤 때는 어느 정도는 죄악이 주는 매력이기도한 개인주의를 뿌듯해하기도 하면서 응당 자신이 짊어져야할 짐을 맡아 질 수밖에 없는 일그러진 초상을 바라보며 은근한 쾌감 속에 미소를 짓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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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에게는 혈통에 따른 조상도 있지만 문학 작품속에서도 자기 조상을 찾을 수 있다. 그 유형과 기질에서 자기와 아주 가까운 인물들, 스스로 확신컨대 자기에게 영향을듬뿍 끼쳤다고 생각되는 인물들이 많이 있다. 가끔 도리언은역사 전체가 자신의 삶을 기록해 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할때가 있었다. 실제로 그 상황 속에서 삶을 살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상상력이 그를 위해 창조한 삶의 역사, 그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진 정열적인 삶의 자취가 바로 역사가 아닌가싶었다. 세상의 무대 위를 지나며 죄를 그렇게 멋진 것으로만들고 악을 더욱 정교하게 만든 기이하고 무서운 인물들 모두를 도리언은 다 알 것 같았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방식에 의해 그들의 삶이 바로 그 자신의 삶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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