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 예쁘게 보이면 그건 늙었다는 징조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산 날은 길고 긴데 살날은 아주 조금밖에 안 남았다는 걸 몸으로 느낀다. 이 세상 소풍끝내는 날, 나도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내가 속한 지구촌에는 지금 너무도 추악한 역병이 만연해 있다. 칼끝처럼 섬뜩한 증오와, 살의가 살의를 부르는 복수심으로부터 아무도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하찮은 것들을 예뻐하려는 것은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기 위함인지 당면한 공포를 슬쩍 외면하고 망각하기 위함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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