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자고 완만하게 깨어났을 때는 무슨 꿈을 꾸었는지 거의 생각나지 않았다. 아아, 잘 잤다고 더는 늘어날 리 없는 키를 한껏 늘려 기지개를 켜는 느낌은 유년기의 행복감과도 비슷하여 포동포동 살이 찔 것 같다. 그러나 한밤중의 전화나 원인 모를 덜컹거림 때문에 느닷없이 잠이 달아났을 때는 얼핏 꿈과 현실이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꿈의 잔상이 뚜렷하다. 아마 중툭을 잘렸기 때문일 것이다. 중툭을 잘린 모든 것은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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