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리 힘이 쭉 빠졌다. 물에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진짜 사람 놀라게 한다, 그 새끼." 목소리가 갈라져서 나왔다. "야, 우리 살인자 아니야, 이제." 구로키의 바지춤을 홱 잡아당겼다.
구로키도 엉덩방아를 찧었다. "응, 그렇다."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뭐야, 그 새끼, 눈을 허옇게 까뒤집더니."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감정이 몸속 깊은 곳에서 넘치도록 튀어나왔다.
구로키의 가슴팍에 뛰어들었다. 목을 붙잡고 힘 흔들었다.
"맞아, 사람이 그렇게 간단히 죽을 리가 있냐!"
그러고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빌떡 일어섰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닷물을 걷어차고 또 걷어찼다.
"야, 이제 집에 가자!" 밤의 바닷가를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지금 몇 시지? 핸드폰 보면 알 수 있잖아, 아직 돌아갈 수 있겠지?"

- P172

그날 밤, 어머니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우리 어머니에게는 대체 어떤 과거가 있는 걸까.
언젠가 누나가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다가 "친아버지도 아닌 주제에....." 라고 저도 모르게 입 밖에 내버린 적이 있었다. 누나는 분명 어머니의 딸이다. 붕어빵처럼 닮았으니까 틀림없다. 그런 누나가 지로에게 열두 살이 되면 가르쳐줄 게 있다고 했다. 집안 내력에 대해서, 라는 뜻이다.
다음 달에 그 열두 살이 된다. 대체 우리 집안에는 어떤 비밀이있는 걸까.
왠지 순정 만화 같다. 여자애들이라면 이런 때 어떻게 할까.
지로는 한숨을 내쉬며 저녁밥으로 네 그릇을 먹었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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