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최측근 중 한 명이자 초창기 시장 개혁의 핵심 설계자라 할 수있는 첸윤은 대부분 당 동료의 경제에 대한 시각을 ‘새장 안의 새‘에비유해 한마디로 설명한 바 있다. 중국 경제는 한 마리 새이기 때문에이 새가 건강하고 활달하게 자랄 수 있도록 당의 통제력에 해당하는 새장을 확대해야 하지만, 새가 날아갈지 모르니 새장을 열어주거나 없애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P617

중국의 사례에서는 선진국 따라잡기와 해외 기술 수입, 값싼 공산품수출에 의존하는 성장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식 성장도,특히 중진국의 생활수준에 도달하면 결국 막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중국공산당과 갈수록 막강해지는 경제엘리트층이 향후 수십 년간 권력을 단단히 틀어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역사와 우리의 이론이 증명하듯 창조적 파괴와 진정한 혁신이 도래하지 못할 것이고 중국의 괄목할 만한 성장 역시 서서히 제동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결과가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착취적 제도하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중국이 포용적 정치제도로 방향 선회를 한다면 피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살펴보듯이 중국에서 포용적 정치제도를 향한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설령 가능하다 해도 저절로 꼬는 아무런 고통 없이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 P622

둘째, 근대화이론이 주장하는 바와 대조적으로 권위주의적 성장이 민주주의 또는 포용적 정치제도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현재 일정 수준의 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등 여러 권위주의정권은 정치제도를 포용적인 방향으로 손질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전에 이미 성장이 한계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엘리트층 사이에서 그런 변화에 대한 욕구가 커지거나 강한 반대 세력의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변화를 선택하는 시기가 온다 해도 이미 성장이 멈춘 지 오래일 가능성이 높다.
- P627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해외원조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목격되는 국가 실패에 대처하는 데 그다지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나라가 빈곤의악순환을 벗어나려면 포용적 정치 · 경제 제도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해외원조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또 현행대로 집행되는 방식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세계 불평등과 빈곤의 뿌리를 이해하는 것은 헛된 희망에 기대를 걸지 않기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문제의 뿌리가 제도에 닿아 있기 때문에 수혜국의 제도라는 테두리 안에서 주어지는 해외원조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되지 않는다.
둘째, 포용적 성치 · 경제 제도를 발전시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기존의 해외원조 흐름을 최소한 그런 발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이 도움되리라 믿는다. 앞서도 보았듯이 기존 지배층에 양보를 강요하는 조건부 원조는 해답이 될 수 없다. 그보다는 권력에서 밀려나 있던 집단이나 지도자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고 폭넓은 계층의 인민에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해외원조를 사용하고 집행하는 것이 훨씬더 유망한 대안일 것이다.
- P639

 하지만 당연히 자유언론과 신생 통신 기술은 제도의 포용성을 강화하려는 이들의 요구와 행동을 널리 알리고 조율하는 측면에서만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도움이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지려면 사회의 광범위한 계층이 결집해 조직력을 갖추고 정치 변혁을 이끌어내야 한다. 또한 그런 노력은 파벌의 이익이나 착취적 제도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포용적 제도로 대체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 과정에 불을 지펴 더 폭넓은 권한강화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정치개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앞서 여러 다른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정치·경제 제도의 역사와 작지만 중요한 차이, 그리고 역사의 우발성에 달려 있다.
- P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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