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생각하건대 그날 거기에 그 수도복을 걸어놓은 것은 나의 가장 큰 실수이지 않았나 싶다. 세월이 지나간 후에, 나는 다시는 그 목련 나무 곁을 무심히 지나지 못했다. 목련이 흰 광목 빛깔 꽃이라도 흐드러지게 피우는 달에는 목련 꽃잎처럼 가슴이 하얗게 바랬고 목련꽃이 지는 날에는 오래도록 창가를 서성였다. 바람이 많이 부는 가을날 큰 이파리를 뚝뚝 떨구는 그 나무 아래를 지날 때면 오래된 상처가 도지는 것처럼 가슴 언저리가 욱신거렸다. 가끔은 그 나무를 찾아가 가만히 쓰다듬었다. 사람은 가도 나무는 거기 오래 남아 있으리란 것을 알았다면 나는 차마 그곳에 그렇게 무모하게 나의 추억을 걸쳐놓지 못했으리라.
- P130

...그런데 짐을 싸면서 알아버린거야. 내가 네게 모질게 말할 수 있었던 건, 헤어지자 말하자고 만난거긴 하지만 아직도 네가 내 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그래서 내가 강한 척이라도 할 수 있었다는 걸, 이제 네가 정말 없다고 생각하니까 강한 척도 할 수 없었다는 걸."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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