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변화는 또한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무리수를 막는 효과도 있었다. 폭력적인 체제 전복은 제거된 체제의 빈자리에 뭔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뜻이다. 프랑스혁명이 이를 여실히보여주었는데, 민주주의에 대한 첫 실험은 공포정치로 이어졌고, 1870년 프랑스 제3공화국이 들어설 때까지 왕정복고에 이은 민주주의 복원과정을 두 차례나 되풀이했다. 러시아혁명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제국보다 더 평등한 체제를 원했던 다수의 열망은 축출된 이전 체제보다훨씬 더 폭력적이고 잔혹하며 사악한 일당독재로 이어졌다. 이런 사회에서 점진적 개혁이 어려웠던 이유는 다원주의가 결여되어 있고 고도로 착취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영국에서 점진적 변화가 실현 가능했고바람직하기까지 했던 것은 바로 명예혁명에서 싹튼 다원주의와 그와함께 도입된 법치주의 덕분이었다.
- P454

포용적정치제도하에서는 자유언론이 번성하고, 자유언론은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에 대한 위협을 널리 알려 저항의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착취적 제도, 절대주의 체제, 독재정하에서는 그런 자유가 불가능하다. 착취적 정권은 애초에 그런 제도와 체제를 이용해 반대 세력이 심각한 위협이 되기 전에 짓밟아버리기 때문이다. 20세기 전반, 미국에서 자유언론이 제공한 정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정보가 없었다면 미국 대중은 강도귀족이 실제로 어느 정도 권력을 휘두르며 힘을 남용하고 있는지 끝내 깨닫지 못해 트러스트에 대항하는운동이 불타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 P463

선순환은 여러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한다. 첫째, 다원주의 정치제도의 논리는 독재자, 정부 내 파벌, 심지어 선의의 대통령이라 해도 권력찬탈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든다. 자신의 권한을 제한하는 대법원의 굴레를 벗어던지려 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나 블랙법을 곧장 시행하려 했던 로버트 월폴 경이 깨달은 바였다. 두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개인이나 소수 무리에 권력을 몰아주면 다원주의적 정치제도의 기반을 훼손할 위험이 따르며, 다원주의의 진정한 잣대는 그런 시도를 얼마나 잘 제압하느냐에 달려 있다.
•••••
둘째, 이미 여러 차례 살펴보았듯이, 포용적 정치제도와 포용적 경제제도는 서로 의지하며 확대되는 양상을 띠게 된다. 이를 통해 또 다른 선순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
마지막으로 포용적 정치제도하에서는 자유언론이 번성할 수 있고자유언론은 포용적 제도를 위협하는 움직임을 널리 알려 저항 세력을 부채질하는 역할을 하는 사례가 많다.  - P4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