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충격이 맥박수를 훅 끌어올렸다. 명치 밑에서 이글대던 절망이 위액처럼 식도로 역류했다. 국국 소리가 구토를 하듯 입 밖으로 터져나왔다. 소리는 웃음이 되어 피비린내 자욱한 집 안으로 탄환처럼 뻗어나갔다. 땀인지, 핏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뺨을 타고 턱 끝으로 줄줄 흘러내렸다. 살인자라니, 그것도 제 친어머니를 죽인 살인자라니, 그짐승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라니, 허둥대고 조바심치며 온갖 짓을다한 끝에 건져낸 게 이런 개 같은 진실이라니.
- P83

 비로소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으나실제로는 경험해보지 않았던 것, 스스로 부른 재앙, 발작전구증세였다.
운명은 제 할 일을 잊는 법이 없다. 한쪽 눈을 감아줄 때도 있겠지만 그건 한 번 정도일 것이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진다. 불시에 형을 집행하듯, 운명이 내게 자객을 보낸 것이었다. 그것도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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