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재미난 쇼를 보게 될 거야."
리모컨을 누르며 영제가 말했다. 현수는 등으로 내달리는 싸늘한 전율을 느꼈다. 자신의 손목을 끊어놓은 몽치보다 더 기분 나쁜 말이었다. 글이라고는 자기소개서밖에 써본 적이 없는 그였지만 ‘보다‘와 ‘하다‘의 차이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다‘라면, 영제의 상대는 자신이었다. ‘보다‘라면, 대상과 무대가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 자신은 무대 밖의 관객이라는의미였다.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지금껏 읽었던 판은 실체가 아니라 그림자였던가.
- P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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