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름 없는 작은 물고기 하나가 육상에서 몸무게를 지탱할만한 지느러미를(호수와 바다에서 적응하기 위한 용도로 진화된 것이지만) 진화시키지 못했더라면 아마 육상 척추동물은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다. 거대한 운석이 6,500만 년 전에 공룡을 멸종시키지 않았더라면 아마 포유류는 아직도 공룡 세계의 한구석 후미진 틈에 숨어사는 왜소한 생물에 불과했을 것이며 자의식을 가질 정도로 큰 뇌를가진 덩치 큰 생물을 진화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아주 작고 힘없는 인류의 선조들이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잔혹한 운명의 화살(어쩌면 멸종)을 견뎌내지 못했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 전역으로 퍼져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인류의 출현은 복잡성을 향한 추진력 같은것은 존재하지도 않는 예측 불가능한 과정에서 우연하게 발생한 영광스러운 사건이었다. 자신을 출현시킨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생물을 생산하고자 열망하는 진화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필연적 결과물이 결코 아니다. - P302
종 수준과 그 상위 수준에서 일어나는 다윈적 진화는 지속적이고 불가역적인 이야기이다. 일단 한 종이(서로 교배가되지 않을 때 다른 종으로 정의된다) 조상 종과 분리되면 영원히 다른상태로 남게 된다. 종은 다른 종과 융합되지 않는다. 종들은 다양한방법으로 생태학적 상호작용을 하지만 물리적으로 합쳐 하나의 생식 단위가 되지는 않는다. 자연의 진화란 끊임없이 갈라지고 달라져가는 과정이다. 이에 반해 문화적 변화는 다른 전통의 융합과 접합을 통해 상승발전할 수 있다. - P308
태양계 밖 어딘가 분명히 존재할 우리보다 진보된 문명들이 왜 지구에 접촉하려 하지 않는가? 하는 엉뚱한 질문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질문에 대한 여러 대답중 하나에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대답은 다음과 같다. 그렇게 행성간 또는 은하계간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을 발전시킨 사회는, 기술적 역량이 사회적 또는 도덕적 제약을 뛰어넘어 파괴를 부르는 위기의 시대를 잘 극복한 사회일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 접촉해 오는 외계 문명이 없는 것을 볼 때 그런 위기를 아무런 상처 없이 극복할 수 있는 사회가 없는 것이다. 이 대답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 P312
정해진 중력의 법칙을 따라 이 행성이 끝없이 회전하는 동안, 아주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경이로운 무한한생물종들이 진화해 왔고, 진화하고 있고, 진화해 갈 것이다.
그는 이 마지막 구절을 최고의 요약으로 시작했다.
이러한 생명관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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